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 /법률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16개월가량 심리하다 최근 사표를 제출한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부장판사가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재판 고의 지연’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최진녕 변호사는 이날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나와 강 부장판사가 서강대 법학과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1971년생 동갑내기인 최 변호사와 강 부장판사는 서강대 법학과 90학번 동기로, 해당 대화방에는 40여 명이 있다고 한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화방에 “어제 주요 일간지에 난대로 2월 19일 자로 명예퇴직을 합니다. 일반적인 판사들의 퇴직 시점을 조금 넘겼지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 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 하여간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자주 연락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새해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써 올렸다.

강 부장판사 글이 올라온 뒤 동기들 사이에서는 ‘강 부장 고생했다’며 덕담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본인의 고향(전남 해남)으로 오해받은 데 대한 서운함, 또 증인이 50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원님 재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강 부장판사는 2022년 9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재판장을 맡아 그동안 심리를 진행해 왔다.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이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 사실 2건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강 부장판사는 내달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낸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강 부장판사의 사직으로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 선고가 더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