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 정문에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는 모습(왼쪽). 6일 해당 학부모가 이사한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중 한 명이 대전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해당 지역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대전 유성구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숨진 교사의 유족에게 고소당한 학부모 A씨가 최근 해당 지역으로 이사 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A씨의 자녀는 지난 3일 전학을 마쳤다.

작성자는 “일주일 전부터 A씨 자녀가 동네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며 “친구 목 조른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말하고, 사소한 일에 화를 잘 내서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분노조절장애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학부모들은 “왜 하필 우리 동네로 왔나” “그 아이 담임 선생님이 걱정된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동조했다.

이후 A씨에 대해 분노한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현수막을 내거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도 일어났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6일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피해가지 않을 내용으로 현수막에 들어갈 문구를 추천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6일 사망한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가 이사한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이날 오후에는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현수막에는 “니 자식만 귀하냐! 내 자식도 귀하다!” “○○초 학부모는 당신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선생님들의 편에 서서 선생님을 보호해 드릴 것입니다” “개과천선해서 우리 동네에 이사온거니? 아님 또 사건 만들려고 이사온거니?” 등의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 사람들이 자기 자식 때문에 작고하신 선생님의 삶과 가정에 피해를 줄 권리가 없었듯, 우리도 그 사람들의 삶과 가정에 피해를 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체 행동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에 따르면 A씨의 자녀는 논란이 된 후 학원을 그만뒀으며 학교에도 등교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교사 B씨는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학부모들은 사건이 발생한 2019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총 14회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으며 2022년에도 부모들이 같은 민원을 동시에 제기하는 방식으로 B씨를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유족은 학부모 8명과 당시 학교의 교장‧교감을 고소했다. 유족은 “(학부모들은) 자녀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교사의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악의적 민원을 제기해 고인을 모욕하는 언사 등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움을 요청하는 교사를 외면한 채 본인의 안위를 우선으로 한 학교 관리자의 태만을 그냥 볼 수 없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