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의 한 숙소에 대만 관광객이 수건에 소변을 눈 흔적(사진 왼쪽)과 숙소 직원이 벽에 눈 소변을 청소하는 모습. /숙소 측 제공

“방 보이지 않는 곳곳에 소변을 싸놓고, 수건에도 잔뜩 소변을 싸놨습니다. 그래놓곤 예약사이트에서 저희 숙소 별점 테러까지 하고 저에겐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더라고요.” (숙박업소 업주)

대구 중구 한 숙박업소에 머물렀던 대만 관광객인 남성 2명이 방에 소변을 누고 도망갔다. 이 남성들은 이미 대만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이는데, 업주는 청소 비용, 숙소 취소 위약금 등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3일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를 방문한 대만 남성 A씨 등 2명은 중구의 한 숙박업소에 지난달 23일 입실해 26일 밤 퇴실하면서 자신이 머물던 방에 소변을 마구잡이로 뿌려놨다. 두 사람은 조식이 없는 상품으로 연박 할인(방 1개당 1박 3만원)을 받아 2개 방에 머물렀는데, 그중 1개 방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숙박업소 업주 최모 씨는 A씨가 숙소에 머무는 내내 A씨로부터 항의와 민원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입실 첫날은 얼리 체크인이 무료로 되지 않아서, 이튿날에는 조식 제공이 되지 않아서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24시간 안내 데스크가 없다는 점도 A씨의 불만사항이었다. 25일에는 급기야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는다”며 화를 냈는데, 항의에 방을 찾아가 보니 에어컨 코드가 뽑혀있는 상태였다.

대구 중구 한 숙소에 소변을 싸고 도망간 대만 관광객들. /YTN 보도화면 캡처

문제는 26일 밤 터졌다. 숙박 예약사이트로부터 A씨가 민원을 넣었다는 연락을 받고 A씨의 방을 찾아갔는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방 안쪽에서 대답이 없었다. 복도와 방문 근처에서 소변 냄새가 나 계속해서 방문을 두드렸고,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보자 이미 A씨는 퇴실하고 없는 방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악취의 원인은 A씨 일행이 방 곳곳에 싸놓은 소변 때문이었다. 침대로 가려진 벽과 코너, 몰딩 등에 소변이 묻어있었고, 수건도 소변에 잔뜩 젖어 있었다. 변기도 물이 내려가지 않아 꼬챙이로 쑤셔보니 물티슈가 잔뜩 나왔다고 한다. 최 씨는 “냄새뿐만 아니라 얼룩도 있더라. 청소하는 직원이 며칠 동안 냄새를 빼려고 노력해봐도 안 돼서 도배를 다시 해야 될 것 같다”며 “특수청소비(10만원), 도배비(20만원), 방을 운영하지 못해 예약을 취소하면서 물게 된 위약금과 매출 손해까지 고스란히 나 혼자 떠안게 됐다”고 했다. 심지어 A씨는 예약사이트 내 채팅 시스템을 이용해 최 씨에게 욕설까지 퍼붓고 있다.

다음날 아침 112에 신고하고 경찰서에 재물손괴로 고소도 했지만 이미 전날 밤 비행기로 돌아간 A씨 일행을 잡을 수 없었다. 고객이 숙소의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지만 A씨를 처벌하고 최 씨가 A씨로부터 배상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숙소 방에 소변 테러를 한 대만 여행객이 예약사이트에 올린 별점 1점짜리 리뷰. /예약사이트 캡처

숙박업소가 이렇게 피해를 봐도 예약사이트는 나몰라라 했다. A씨는 27일 예약사이트에서 숙박업소에 대해 별점 1점을 주고 악의적인 리뷰를 달았지만, 사이트는 이를 막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예약사이트는 문제가 발생한 방의 이틀 치 예약분에 대한 취소 위약금을 물어내라며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최씨는 예약사이트의 이런 대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일로 소속 정구승 대표변호사는 “청소비 등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피해를 보상받기는 힘든 현실”이라며 “소송을 하더라도 배상받는 금액보다 법무비용이 더 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보증금을 거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영세 업체의 경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속앓이를 하는 업주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