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조차도 러시아와 어느 정도 건설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지속 유지하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작년 10월 발다이포럼에서 연설하는 모습. 당시 푸틴 대통령은 한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설에 대해 한국에 무언의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싱크탱크인 국제 발다이 클럽은 9일 동방경제포럼(EEF) 공식 세션 참가를 천명했다. 이에 앞서 발다이 클럽은 지난 4일 “‘러시아와 아시아: 새로운 현실의 역설’ 주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서방의 압력과 격동적인 세계정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발전시킬 계획이다’며 특히,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면 단절하지는 않을 것이며 일정 부분의 건설적인 면을 유지할 것이다”고 했다.

발다이 클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아시아 국가와 러시아의 관계 변화를 분석하고 향후 역학 관계를 예측하면서 “최근 몇 년 간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 변화가 있었지만, 아시아 역내 국가와의 양자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협력 강화에 대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아시아 국가는 러시아의 ‘동방으로의 전환’에 대비해 필요한 인프라를 지속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발다이 클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국제 질서의 변화로 인한 무역, 경제 및 정치적 상호 작용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대한 (아시아 국가) 관심의 정도와 범위를 명확하게 결정해야 했으며, 정치적 관계가 악화하는 경우에도(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유럽처럼 완전한 관계 단절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미국 주도의 대(對) 러시아 압력으로 양국 관계의 손상이 단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년 발다이 포럼 러시아-아프리카 세션에 참석한 알렉 오조로프(가운데) 러시아 외무부 대사와 아프리카 대표들. /타스 연합뉴스

아시아 국가는 대러 관계를 주로 국익에 따라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정치적 관계를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고리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가 지역 강대국의 외교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제재에 대한 측면에서 이들 국가에 (외교적으로)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에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발다이 클럽 소속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아시아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의 강경 개입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동시에 아시아 국가와 러시아가 적대적인 군사·정치 블록화로 치닫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으로 확신했다.

발다이 클럽은 러시아 학자 등 엘리트 집단을 이용해 외교,국방,경제 분야 전반에 러시아의 논리를 서구에 전파하는 전문가그룹이다. 매년 9~10월 연례회의를 개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내각의 주요 관료들이 참석해 연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포스트 헤게모니의 세계’를 주제로 열린 2022년 발다이 클럽 연례 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과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는 항상 한국, 북한 모두와 대화할 가능성을 유지해 왔지만 지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