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박민영 관악경찰서장이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산속 등산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현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의 범인 최모(30)씨는 18일 범행 장소에 대해 “그곳을 자주 다녀 폐쇄회로(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알려진 이번 사건의 피해자 A씨는 현재 의식 불명 상태다. 범인은 “등산로를 걷다가 피해자를 보고 뒤따라 범행했다”며 “죽일 생각은 없었고 성폭행이 목적이었다”고도 했다고 한다.

무차별 칼부림에 이어 대낮 공원 성폭행 사건까지 서울 시내에서 일어나자 시민들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112신고와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공원과 둘레길 등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순찰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경찰청에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순찰 강화는 미봉책”이라며 “현 치안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최근 도심 칼부림 사건이 나자 번화가 등에 대한 특별 치안 활동을 강화했다. 장갑차와 특공대도 동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시 공원의 산책로에서 흉악 범죄가 발생했다. 범행 장소는 신림동의 공원 둘레길 입구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였고, 인근 아파트와는 직선거리로 불과 200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일선 경찰들은 “현재의 치안 인력으로는 ‘사각(死角)지대’를 찾아 들어가는 흉악 범죄들을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찰 일각에는 “2021년’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수사 부서에서 처리해야 할 사건이 폭증했다”면서 “치안 인력을 수사 파트로 돌리면서 치안 활동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만 경찰 기동대 인원 1009명을 수사 부서에 배치했다. 한 경찰관은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는 점점 인력이 줄고 노령화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모두 관리할 수 없다면 치안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와 협력해 곳곳에 산재한 ‘치안 사각지대’를 추려내고 공동 순찰, CCTV 설치 등으로 ‘치안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