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능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과거 80만명대를 넘나들던 수능 인원은 2021학년도엔 50만명 아래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서열 높은 대학을 나올수록 양질의 일자리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인식 탓에 상위권 대학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념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경제학연구 2023년 2호에 게재된 ‘대학서열과 생애임금 격차’에 따르면 최상위 대학 졸업생과 최하위 대학 졸업생 사이 최대 50%의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

연구는 1998~2017년 한국노동패널에서 제공한 자료를 이용해 출신 대학별로 생애임금을 추적했다. 또한 입시 전문기관 진학사에서 수집한 전국 대학의 학과별 평균 수능 점수 자료를 토대로 대학을 5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룹 1은 가야대, 선문대, 부산외대, 호서대 등 49개 대학이 포함됐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등 16개 대학은 최상위 그룹 5로 분류됐다. 각 학교의 의대는 제외됐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높은 서열의 대학 졸업자들은 낮은 서열의 대학 졸업자보다 임금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노동시장 진입 단계부터 그룹5 대학 졸업자들은 그룹1 대학 졸업자보다 24.6%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이후 이 격차는 증가해 40~44세에는 50.5%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45~49세부터는 임금 격차가 줄어들어 50대 이후엔 10% 미만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논문은 “이러한 임금 격차의 변화는 일자리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상위그룹 졸업자들은 대기업에 많이 취직하며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 폭도 높기 때문에 생애 임금이 높다. 그러나 45~49세부터는 대기업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퇴직한 근로자들이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데, 이에 따라 하위 그룹과의 임금 격차가 줄어든다.

연구는 임금 격차가 여러 원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고 했다. 서열 높은 대학 졸업자들은 아버지 역시 고학력자인 비율이 높았다. 대학 입학 전부터 이미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대학 기간 교육이나 동료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아 더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을 쌓을 수 있다. 여기에 서열 높은 대학의 졸업자들은 학벌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대기업에 더 많이 입사하므로 생애 전반의 높은 임금과 연관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는 “일정 연령까지 대학 서열에 따른 임금 격차는 상당하고, 이는 일자리 특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다만 개인의 능력과 대학 학벌이 격차에 미치는 정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