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스토어에서 2010년산 천일염 30㎏를 1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오른쪽 사진은 2021년산 천일염 20㎏ 100포대를 1000만원에 일괄 판매한다는 판매자의 글. /온라인 스토어, 중고거래 사이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악용해 시세보다 최대 수십 배 이상 부풀린 가격을 제시한 판매 글이 등장하고 있다.

21일 네이버 쇼핑과 여러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20㎏ 이상의 대용량 천일염을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가격은 대부분 6~8만원 이상으로 책정됐으며, 일부는 ‘21년 태안산 7만원, 22년 신안산 6만원, 23년 신안산 5만원’ 등 생산 시기에 따라 다른 가격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 판매자는 2021년 6월에 생산된 신안 천일염 20㎏ 100포대를 일괄 판매한다며 100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판매 글들에 적힌 가격은 전국 천일염의 85%를 취급하는 신안군 수협 직매장이 지난 8일 공시한 2021년산 20㎏ 값인 3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른 6월 20일 기준 천일염 20㎏ 평균 소매가인 5만7320원과 비교해도 비싸다.

생산 시기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전인 소금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한 온라인 스토어에는 2010년산 신안 천일염 30㎏를 1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무게 천일염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한 쇼핑몰이 4만원대 최저가에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려 38배가량 부풀려 파는 셈이다. 상품 설명란에 적힌 “후쿠시마 터지기 전 사놓은 거다. 소금 때문에 난리다. 지금 판매한다”는 글을 보면, 품귀 현상을 의식해 최근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산 천일염 30㎏을 150만원에 판다는 글과 일반 쇼핑몰에서 4만원에 팔고 있는 모습. /네이버 쇼핑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안한 판매 글이 늘자 한 네티즌은 중고거래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써 “사기꾼처럼 이참에 천일염 비싸게 파시는 분들을 전문업자로 신고했다. 물론 좋은 취지도 있겠지만 아닌 분들이 많다”며 “조금만 검색해도 3만원에 살 수 있던 소금인데, 아무리 불안해도 2~3배씩 올리는 사기꾼들을 믿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지와 공포를 이용한 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염수의 핵심 물질인 삼중수소는 천일염 생산과정에서 물과 함께 증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갯벌에 플라스틱 장판을 깔아 생산하는 천일염의 대표적 유해 물질인 ‘미세플라스틱’이 최종 제품 단계에서도 남는 것과는 대비된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이후부터 작년까지 286번 천일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했다. 이중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생산되는 소금 가격은 평년 대비 65%가량 급등했다. 다만 신안군과 해수부는 “지난 두 달간 기상 여건으로 소금 생산량이 잠시 줄었을 뿐”이라며 6~7월 소금 생산량이 회복되면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