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 출신 방송인 주진우씨가 라디오생방송 중 방사능 전문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가 조목조목 반박당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 주씨는 ‘오염수가 위험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듣기 위해 다각도로 묻는 것처럼 보였는데, 전문가는 여유만만한 웃음을 띠며 과학적 근거로 반박했고 “선동에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이달 초 처음 방송됐을 땐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는데, 최근 오염수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16일 급격하게 확산했다.
지난 6일 방송된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관해 이야기 했다.
이날 주진우씨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것 같은데 괜찮은가. 걱정이 된다”며 운을 뗐다. 이에 정 교수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 교수의 답변에 주씨는 “그래요?”라고 반문했다. 정 교수가 답변을 시작하자 정 교수를 바라보고 있던 주씨는 잠시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곁눈질을 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다. 그 당시에는 전혀 처리시설 없이 생성됐던 오염수를 몇개월간 하루 300톤씩 그대로 바다에 방류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영향이 없었다”며 “지금 후쿠시마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의 방사선 양은 그 당시 배출했던 양의 0.1% 미만이다. 그것도 30년에 걸쳐 서서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했다.
정 교수의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 주진우씨는 중간중간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잠시만요”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면 안 됐던 것 아니냐. 그건 위험한 물”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그 당시로선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주진우씨는 “그게 흘러가면 안 되는거 아니냐. 그때도 괜찮았는데 지금도 괜찮다고 말씀하시면 (안 되지 않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저한테 지금 괜찮냐고 물어보셨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며 “지금 ‘그게 나가도 되느냐’고 문제를 바꾼 거다. ‘방류해도 괜찮습니까’라고 물어서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또 ‘일본이 원전사고 당시 정확한 피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씨의 주장에 대해 “선동에 속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실성 여부로 문제를 몰고 가면 안 된다. 과학의 문제는 지금 배출 농도가 얼마냐. 기준치 이상이냐 이하냐, 그 배출 기준치가 우리나라와 같냐,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준이냐다”라고 했다.
주진우씨는 일부 과학자들이 ‘처리된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과학자들이 마셔도 된다고 했을 때 의미는 음용수 기준 이하라는 뜻이다. 음용수 기준을 초과하면 못먹는다 하는 거고, 음용수 기준 이하면 마실 수 있는 물이다 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배터지게 마셔라, 맥주 만들어 마셔라, 도쿄 시민한테 공급해라’ 이런 말을 하는 건 빈정거리는 것”이라고 했다.
주씨는 또 ‘어민들의 우려 목소리가 있다’며 정 교수의 생각을 물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고 하는 양이 그 지역 2~3㎞만 벗어나면 우리나라 강물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방사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또 후쿠시마에 보관된 삼중수소 총량이 3g이 안 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빗물로 떨어지는 삼중수소 양이 5g이다. 후쿠시마에서 3g을 동시에 다 배출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빗물로 떨어지는 양의 일부 수준이다. 그 양이 우리나라 해양생물에 방사선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정상운전 중에 나온 액체 폐기물은 후쿠시마와 똑같이 필터를 통해 배출기준 이하로 희석시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주씨가 ‘일본은 사고 난 오염수지 않느냐’며 거듭 우려를 표했지만 “우리나라 원전에서 배출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도 매년 1g정도 된다. 사고가 났건, 정상적인 운전의 과정이건 배출되는 농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과학적으로 안 되는 선이 있다. 배출 기준을 초과해서 배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여기에 대해서도 개인의 인식 차이가 있다”며 “광우병 사태 때도 정부는 괜찮다고 하는데 안먹는 사람이 있었고, 싸고 괜찮으니 먹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오염수 문제는) 개인의 취사선택 문제일 뿐 국가적인 가이드라인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어민들의 걱정은 기우냐”는 주진우씨의 말에 “그렇다. 어민들 중엔 방사선 걱정도 있지만 안 팔릴 것을 걱정하는 분도 많다. ‘방사선이 위험하다’는 사람들의 선동으로 인해 그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라며 “비과학적인 선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염수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일본 과학자들을 견해도 있다’는 주진우씨의 말에 “과학자들도 양을 얘기하지 않고 삼중수소, 플루토늄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건지 그런 얘기만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주진우씨는 방송 말미에 “오염수 방류에 여러 주장이 있어 여러 학계 주장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며 “정 교수는 ‘오염수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에게 정확한 그의 전공 분야를 물었다. 정 교수는 “열 전달이다. 원자력 안전공학이 제 전공”이라고 답했다.
이 방송을 들은 청취자 사이에선 “하다하다 안되니 교수 전공이 원전 분야가 아니길 바라고 물어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