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86만명을 보유해 '스타견'으로 불린 백호. 지난달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소셜미디어 팔로워 86만명(유튜브 13만, 인스타그램 28만, 트위터 45만)을 보유해 ‘스타견’으로 불렸던 ‘이웃집의 백호’ 계정들이 9일 돌연 사라졌다.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백호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갑작스럽게 이뤄진 조치다.

180개의 영상이 올라왔던 ‘이웃집의 백호’ 유튜브에는 “존재하지 않는 채널”이라는 공지가 나온다. 2600여개의 게시물이 있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접속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했다”는 안내 페이지가 나온다. 트위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호는 보호자 ‘백호누나’가 2014년부터 트위터에 올린 일상 사진과 영상이 유명해지면서 이름을 알렸다. 백호 이름을 건 달력이나 애견용 치약 등 다양한 MD 상품도 판매됐다. 백호누나는 수익금을 모두 유기동물을 위해 기부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지난해 말 백호누나는 “백호가 희귀암 판정을 받았으며 종양제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9년간 MD판매 수익금을 가족이 없는 친구들의 밥값과 치료비로 모두 사용했다. 광고비도 인건비만 남기고 기부했다”며 “이번만큼은 백호의 치료비로 MD 수익금을 사용해도 되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류제작자 친구와 함께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는 의류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백호를 아끼던 이들은 건강 회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해당 상품들을 구입했다. 지난달 6일 백호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백호누나는 "심혈을 기울여 MD 의류를 제작했다"고 밝혔으나, 같은 옷이 다른 곳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온라인에서는 수익금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백호누나가 직접 제작했다던 의류가 다른 곳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낸 후 해명을 요구했다. 또한 백호에게 8000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지출했다고 했으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호가 한참 투병 중이던 지난 4월 ‘이웃집의 백호’ 관련 상표권이 출원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일부는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받으면 기부금품법에 따라 사용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물건을 판 수익금은 증빙할 필요가 없으니 이를 이용해 MD상품을 판매한 것 같다”고 의심했다.

예정됐던 백호의 팬미팅을 진행하기 위해 투병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17일 백호의 팬미팅이 열렸는데, 이때 백호는 첫 수술을 받은지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로 인해 털이 밀린 걸 가리기 위해 백호는 옷을 입은 채 팬미팅을 했으며 그로부터 10일 후 백호누나는 백호의 투병 사실을 알렸다.

지난해 12월 17일 진행된 백호의 팬미팅. 당시 백호는 첫 수술을 받은 지 10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팬미팅 참석자들은 투병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백호 사망 이후 곧바로 똑같은 웰시코기 품종의 새끼 강아지 ‘태풍이’를 입양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백호누나는 “백호 치료 중 병원에서 자주 만나 알게 된 이로부터 웰시코기 아기를 맡아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았다”며 “백호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백호가 위독한 상황이었고, 치료비를 간절히 부탁하던 경제적 상황에서도 새로운 새끼 웰시코기를 키울 계획은 어떻게 생긴 거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백호누나는 백호 외에도 고양이와 강아지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의혹과 관련한 해명 요구가 계속되던 와중에 9일 이웃집의 백호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이 모두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제2의 경태 사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반려견의 가슴 아픈 사연을 내세워 6억원 넘는 후원금을 받아 챙긴 전직 택배기사 김모(34)씨와 그의 여자친구(39)는 지난 1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반려견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으로써 느낀 공감 등 피해자들의 선한 감정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했다”며 김씨에게는 징역 2년을, 여자친구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셜미디어를 주로 관리하거나 자기 계좌로 후원금을 입금받은 여자친구의 죄가 더 무겁다는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