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진영

7일 낮 12시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의 성형외과 골목. 코에 부목과 의료용 테이프를 붙인 젊은 외국인 여성 여러 명이 지나갔다. 베트남인 A(39)씨는 지난 4일 입국해 이날 코 수술을 받았다. 그는 “한 달 전 베트남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국에서 재수술을 했다”고 했다. 코끝 축소 수술을 받았다는 일본인 가토 리나(29)씨는 “트위터에서 병원별로 전후 사진과 리뷰를 공부하고 왔다”며 “사흘 후에 경과를 지켜보고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성형 관광 사업이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작년 외국인 성형 환자는 4만6000명으로,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만6000명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작년 1월 1568명이던 성형 관광객 수는 12월 7160명으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성형 환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강남역 등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선 수술을 받고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외국인 환자들이 목격되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성형외과에서는 외국인 환자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으로 마중까지 나간다고 한다. 강남구 역삼동의 B 성형외과의원은 8만원에 환자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술 직후 인근에 머무를 수 있도록 호텔과 연계해 5% 내외의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강남구청도 공항 픽업 서비스 ‘강남메디콜’을 통해 택시비의 절반을 지원해준다.

작년 한 해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중에는 태국인이 가장 많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태국인이 1만1207명으로 1위, 그다음은 일본인(8600명), 중국인(6422명), 미국인(5100명), 베트남인(3448명) 순이었다. 태국인 성형 관광객이 많은 건 K팝 유행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태국 고객의 경우 아이돌 사진을 많이 들고 온다”고 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C 성형외과는 태국인 상담실장을 고용해 페이스북으로 입국 전 상담을 진행하고, 수술 뒤 이상 여부까지 체크한다고 한다. C 성형외과는 태국의 유명 인플루언서와 함께 코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했다.

강남역 인근의 D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태국·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인과 중국‧일본인들이 원하는 얼굴은 조금씩 다르다”며 “동남아는 화려한 얼굴을 선호해 주로 블랙핑크 리사 사진을, 일본인들은 레드벨벳 아이린 사진을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남구청은 작년 8월부터 의료 관광 전용 앱인 ‘메디컬 강남’을 운영 중이다. 원하는 시술과 신상 정보를 입력하면 각 의료기관에서 답변을 주고, 실시간으로 일대일 상담도 가능하다. 또 이번 달 안으로 압구정동에 강남메디컬투어센터를 개관해 의료 관광 안내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은 관내 118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이 중 성형외과는 47개(40%)다.

전문가들은 성형 관광이 지속되려면 수술 뒤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경쟁국인 싱가포르에 비해서 언어 장벽이 있기 때문에 현지 코디네이터 등을 적극 고용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만 성형 관광객을 유치하지 말고, 병원이 현지에 진출해야 장기적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성형 시스템에 신뢰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