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자연계열에 합격한 학생들의 점수가 고려대·성균관대 자연계열 합격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 자연계열보다 지방대 의대를 선호하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자연계열 합격 점수를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평균 합격선(70%)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서울대 국·수·탐 평균 점수는 94.3점으로 고려대(95.1점)와 성균관대(94.5점)보다 낮았다. 자연계열 중 의학계열을 제외한 합격 점수도 서울대(93.9점)가 고려대(94.9점)보다 낮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 점수만으로 대학 간 순위를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국·수·탐 백분위 평균 70% 기준으로 서울대 자연계열이 고려대·성균관대에 역전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은 수험생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 참고하도록 전년도 합격자 평균 점수를 공개하는데, 정시 전형에선 많은 대학이 합격자 70% 컷(100명 중 70등) 성적을 기준으로 한다. 연세대는 백분위 점수가 아닌 자체 환산 점수를 발표해 대학 간 비교에서 제외했다.

자연계열 합격자 점수 역전 현상의 배경에는 ‘의대 쏠림’ 현상이 있다고 종로학원은 분석했다.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의 비(非)의예과 자연계열과 전국 의·약학계열 대학에 동시에 지원했다가, 지방 의대에 합격하면 그쪽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고려대·성균관대 자연계열 지원자의 경우 의·약학계열에 동시 지원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대가 자연계열 지원 조건으로 표준점수를 따기 어려운 과탐2를 요구하는 것도 합격선을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서울대는 2024년 대입부터 ‘과탐2 필수 응시’ 조건을 없애고, 과탐2를 응시하는 학생에게 가산점만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