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경력 단절 여성 비율이 9년 만에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 늘어난 탓이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 부산여성 취·창업 박람회'를 찾은 여성구직자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 11개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구직활동을 돕고 실질적인 취업 기회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2022.09.21 김동환 기자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경력단절여성법에 따라 3년마다 내는 국가승인통계다. 지난해 8~10월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만 25~54세 여성 852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여성 중 한 번이라도 경력 단절을 겪은 사람의 비율은 42.6%로, 10명 중 4명꼴이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시행된 직전(2019년) 조사에 비해 7.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 비율은 첫 조사이던 2013년 57.0%에서 2016년 48.6%, 2019년 35.0%로 꾸준히 감소하다 코로나 영향을 받은 지난해 조사에서 껑충 뛰었다.

여성 경력 단절이 증가한 핵심 요인으로는 ‘아이 돌봄 문제’가 꼽혔다. 코로나가 확산되던 2020년 3월 이후 직장을 그만 둔 여성의 65.6%가 30대였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49.8%)은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긴급한 자녀 돌봄 상황에서의 대응 방안 부재’를 꼽았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연구 책임자인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코로나로 예상치 못한 돌봄 위기가 발생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경력 단절과 양육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이 대면 소비를 꺼리면서 음식점·미용실 등 여성 종사자가 많은 서비스업이 급격히 위축된 것도 경력 단절 여성 비율이 높아진 요인이다. 코로나 기간 일을 그만둔 여성들이 종사하던 업종 가운데 서비스업(53.9%)이 가장 많았다.

한편 경력 단절 여성이 재취업에 걸린 시간은 8.9년으로 추산됐다. 경력 단절 이후 새로 구한 일자리는 기존 직장에 비해 임금도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 단절 이후 첫 일자리의 월급은 214만3000원으로 경력 단절 이전보다 39만4000원 줄었다. 오은진 박사는 “경력 단절 여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출산 전후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같은 제도가 더 안착되고, 긴급 돌봄 수요를 커버할 촘촘한 육아 복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