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 망루를 설치해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 진압에 맞서다가 경찰봉에 머리를 맞고 제압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

31일 전남경찰청과 금속노련에 따르면, 전남 순천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 30분 김준영 사무처장 체포에 나섰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 29일 광양제철소 인근 왕복 6차선 도로 가운데 4개 차로에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의 농성이 주변 교통을 방해한다고 판단해 체포 작전에 들어갔다. 진압 과정에서 추락 사고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망루 근처에 안전매트를 설치하는 등 위험 요인을 점검한 뒤 사다리차 2대를 이용해 그를 검거하기로 했다.

김 사무처장은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자 물리력을 동원해 저항했다. 망루에 서서 다가오는 경찰을 향해 쇠 파이프를 휘둘렀고 의자 등 기물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사무처장이 망루에 있던 날 길이 29cm 정글도를 휘두르기도 했다”고 했다.

2대의 사다리차를 나눠 탄 전남경찰청 형사 4명이 경찰봉으로 김 사무처장을 때려 제압한 뒤 체포했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이 쇠파이프로 형사들을 때리며 저항해 형사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제압이 어려워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이를 제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의자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무처장은 머리를 맞아 출혈이 발생, 순천 성가롤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검거에 투입됐던 형사 3명도 찰과상, 타박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을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김 사무처장 검거 후 망루는 철거됐다.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들이 구성한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포운노동조합)은 지난해 4월부터 임금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광양제철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김 사무처장은 포스코가 교섭에 소극적으로 임하자 농성 시위를 벌였다.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남경찰청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정글도는 현수막 줄을 끊는 용도로 챙겨둔 것이고 김 처장은 그 칼을 경찰과 대치 상황에서 사용하지도 않았다. 또 사다리차의 접근을 막기 위해 쇠 파이프를 휘둘렀을 뿐 경찰을 때린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잉 진압 등 연행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검토해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