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태풍 마와르’가 강타한 서태평양 휴양지 괌에서 한국인 관광객 3400여 명이 일주일째 발이 묶인 채 음식과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외교부는 그동안 폐쇄됐던 괌 공항 운영이 29일부터 재개될 것이라 밝혔지만, 현지 관광객의 전원 귀국에는 수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장기 체류자와 현지 교민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괌에서는 “괌옥(獄)에 갇혔다”는 말이 나왔다.

폭격 맞은 듯… '수퍼 태풍' 할퀸 괌 - 지난 24~25일 태풍 ‘마와르’가 괌을 강타하기 전(왼쪽 사진)과 후의 모습. 미국 맥사사(社)가 26일(현지 시각) 공개한 위성 사진이다. 태풍이 통과한 뒤 마을은 산산조각이 났다. 집 대부분이 무너지고 나무도 쓰러졌다. 공항이 폐쇄되면서 한국인 관광객 3400여 명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월요일 오후 3시(현지 시각) 공항 운영이 재개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338석 규모의 국적기(대한항공)가 29일 오후 5시 괌에 도착해 오후 7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총 6편의 한국행 비행기를 띄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괌 현지에 있는 여행사 ‘모두투어’의 고진석(38) 팀장은 본지 통화에서 “영사관과 한인회 등이 응급 의료 센터를 지원하고, 생수 등 필수품을 지급해서 상황은 점차 최악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관광객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서 양초, 버너, 휴지, 수건, 일회용 렌즈, 어린이용 해열제, 손톱깎이 등 필수품을 나눠 쓰거나 호텔별 단전과 단수 현황을 알린다고 한다. 피해가 복구된 음식점과 마트 현황을 공유하거나, 택시를 같이 타고 마트에 갈 사람을 구하는 식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한 관광객은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음식을 사다 먹여도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한다”면서 “조리된 음식을 먹였다가 상한 식재료에 아이들이 아플까 봐 과자만 먹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부터 괌에서 머물고 있는 김태준(33)씨는 14개월 된 아이, 아내와 함께 괌에 방문했다. 그는 “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피부에서 울긋불긋한 두드러기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부터 괌에서 머물고 있는 김모(35)씨는 “아이가 열이 39도가 넘어 해열제를 계속 먹이고, 전기 포트에 생수를 데워서 미온수를 끼얹어 주고 있다”며 “31도 무더위 속에 호텔 복도와 카펫 등에 물이 흥건하게 차 물 썩는 냄새가 나는 상황에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32개월 된 아이, 60대 후반 부모님과 여행을 왔다고 한다.

괌에서 장기 체류해야 하는 현지 교민들의 우려도 크다. 건설업에 종사하며 4개월째 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50)씨는 “상점과 일반 가정집이 무너져 현지 교민들 피해도 극심하다”며 “돌아갈 곳이 있는 관광객과 달리 교민과 장기 체류자들은 계속 이곳에서 머물러야 하기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