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 40분 경기도 여주의 한 산속 국도. 화물 트럭 운전사 오택석(46)씨는 급커브 구간에 가로수가 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갓길에 차를 멈췄다. 무언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떨어진 흔적이었다. 오씨는 가로수가 꺾인 낭떠러지 아래 20m 산속에 흰색 승용차가 뒤집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시가 급하다고 생각한 오씨는 20m 낭떠러지를 직접 내려갔다고 한다. 오씨는 그곳에서 절반쯤 흙에 파묻혀 있던 여성 A(28)씨를 구해냈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지난 11일 여주의 한 산속 국도에서 A씨의 차량이 가드레일을 넘어 20m 높이 절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21일 밝혔다.

오씨는 이 사건의 최초 목격자였다. 그대로 신고만 하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승용차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생각에 직접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갔다고 한다. 차량이 흙에 묻혀 있어 운전자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탓에 차량을 여러 차례 두드렸고, A씨의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잠긴 운전석 문 대신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가 A씨를 구출했다고 전했다. 오씨가 사고 차량을 발견하고 A씨를 꺼내기까지 5분이 걸렸는데, 경찰·소방이 도착하기 전이었다고 한다.

오씨는 A씨를 차량에서 떨어진 장소에 눕히고 자신이 갖고 있던 물을 마시도록 했다. 당시 출동했던 여주경찰서 관계자는 “험한 지형 탓에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며 “운전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현재까지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오씨의 초동 조치로 A씨는 차량 폭발 등의 위험한 상황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화물 트럭 운전사인 오씨는 당시 휴무였다. 오씨는 “차량이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때는 사람을 꺼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또래의 여동생이 생각나 죽기 살기로 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