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은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 떼 수만 마리의 습격을 받았다. 오후 8시쯤 경기장 내부 조명이 켜지자 불빛을 보고 더욱 모여들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할 정도로 하늘을 빽빽이 채웠다고 한다. 경기장을 찾은 김모(30)씨는 “경기장 위로 동양하루살이 수만 마리가 조명을 받아 하늘이 하얗게 보였고, 관중석으로도 수십 마리씩 비처럼 떨어졌다”고 했다.

서울·경기 남부 지역에서 최근 동양하루살이가 떼로 나타나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람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지만, 날개를 펴면 5㎝ 정도로 크다. 또 사체에서 악취가 난다는 점 때문에 지자체에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자영업자들도 벌레에 속수무책이다. 야간 LED 조명을 보고 달려든 벌레 떼로 흰색인 벽이 연갈색으로 보였다. 압구정역 인근에서 태국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야간에는 야외 테이블 손님은 받지 못하고, 가게 유리창도 온통 벌레 떼라 장사에 크게 방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동양하루살이는 6~7년 전 압구정동에 집중 출몰해 ‘압구정 벌레’로도 불렸다.

동양하루살이 수가 늘어난 건 수온이 상승해 하루살이 유충이 서식하기 좋아졌기 때문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동양하루살이의 유충 서식지인 한강 유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살충제 살포 등 방역소독이 어렵다”며 “성충은 입이 퇴화해 먹이를 먹지 못하고 2~3일 정도만 살다가 교미·산란한 후 죽기 때문에 방역이 큰 효과가 없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강공원과 인접한 지자체들은 동양하루살이 떼를 피하기 위한 요령을 전수하고 있다. 성동구는 주거지 인근이나 창문에 붙은 동양하루살이는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제거된다고 했다. 날개가 물에 젖으면 무거워 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동양하루살이 떼로 주민 불편은 있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동양하루살이는 2급수 이상에 살아 환경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종”이라며 “또 입이 퇴화해 사람을 물거나 바이러스 등을 옮기지 못해 해충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