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역 앞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을 소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중구청에 이 건물을 허물고 38층 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재개발 정비계획안을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도 힐튼 호텔이 남산을 가리는데, 더 높게 지으면 남산이 더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개방형 녹지’를 부지의 40% 이상 조성하는 대신, 현재 23층 71m 높이 건물을 헐고 최고 38층 150m 복합 빌딩 2동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냈다. 작년 4월 서울시가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근거로 했다. 이는 도심 녹지를 늘리는 데 동참하면 그만큼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힐튼 호텔은 고도 약 30m 언덕 위에 있어 이 계획안대로 지으면 사실상 180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셈이 된다. 언덕 아래쪽에 있는 서울스퀘어빌딩(높이 약 82m, 23층)의 2배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지금도 힐튼 호텔은 넓게 펼쳐져 있는 모양이어서 남산을 일부 가린다”며 “빌딩을 얇게 높이 올리면 오히려 남산이 더 잘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개방형 녹지의 위치도 논란거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녹지를 호텔 건물 앞·뒤쪽에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호텔 뒤쪽은 서울스퀘어빌딩, 서울남대문경찰서 등으로 막혀 있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가 어렵다. 사실상 호텔의 정원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양쪽의 녹지를 연결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현재는 계획 단계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계획안은 이지스자산운용의 계획일 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개방형 녹지를 조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 전문가는 “시민에게 녹지를 만들어주려고 인센티브를 내걸었는데, 남산 조망을 가리고 시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녹지를 만들면서 인센티브를 요구해서 되겠느냐”며 “서울시가 쉽게 허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