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투자증권. /조선DB

직원 한 명의 잘못된 ‘클릭’에서 시작돼 회사의 파산을 불러온 ‘한맥 사태’의 소송 결과가 10년 만에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한맥투자증권의 실수로 거액의 이득을 챙긴 외국계투자사가 “돈을 돌려줄 이유가 없다”며 한맥증권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의 시작은 10년 전 2013년 12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맥증권은 파생상품 자동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이자율 등 입력된 조건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호가를 생성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의 그 날, 파생상품시장이 열리기 전 업체 직원은 소프트웨어에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했다. 이에 따라 한맥증권은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냈고, 해당 직원은 2분여 만에 컴퓨터 전원을 껐지만 이미 463억원의 손실이 난 후였다.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이로 인해 얻은 이익금을 돌려주기도 했지만, 외국계 증권사인 캐시아캐피탈은 360억원에 가까운 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한맥증권은 순식간에 자산보다 부채가 311억원을 넘어섰고, 결국 파산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불 능력이 없는 한맥증권을 대신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대신 감당했고, 이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맥증권은 다시 캐시아캐피탈에게 투자 이득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맥증권은 캐시아캐피탈이 자신들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냈으니 거래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은 자신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을 때는 마음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상대방이 실수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했을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는 “한맥증권이 당시 시작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인 호가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캐시아캐피탈이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맥증권에게는 시스템에 호가를 입력하기 전에 이게 적합한 금액인지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고, 직원에게 수치를 입력하도록 위탁한 건 한맥증권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봤다. 또한 캐시아캐피탈이 우연히 발생할지도 모를 한맥증권의 착오를 이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거래 제도를 마련했다고 볼 수도 없고, 한맥증권의 착오를 이용해 매매거래를 체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결국 사건 발생 10년에 걸친 소송전 끝에 한맥증권 측이 전부 패소하면서 향후 처분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맡게 됐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한맥증권 파산재단이 보유한 잔여 재원 내에서 채권자들이 배당받게 된다”며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는 기금에서 지급하는 것은 아니므로 공사의 기금 손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