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5일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원 ‘라이더’ 수천명이 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 단체배달플랫폼노조 측은 기존 3000원의 기본 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에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민노조 소속 라이더 1500여 명에 비노조원까지 총 3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인 데다 비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에게는 모처럼 맞은 대목이었지만 음식 배달이 지연되거나, 주문이 취소되는 등 시민들은 이날 하루 불편을 겪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34)씨는 이날 가족들과 함께 점심으로 피자를 주문해 먹으려다 대기 시간만 1시간 40분이 걸린다는 안내에 주문을 포기했다. 김씨는 “비가 와서 놀러 나가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피자라도 시켜주려고 했는데 엉망이 됐다”며 “평소 20분이면 배달이 오는 거리인데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하니 주문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배달의민족 자회사 '딜리버리N' 앞에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달의민족과 단체교섭 최종 결렬에 따라 이날 하루동안 파업을 진행한다. . 2023.5.5/뉴스1

몇몇 지역에선 배달료가 치솟기도 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한경은(30)씨는 “햄버거가 먹고 싶어 배달 앱을 켰는데, 배달료만 8000원이라고 해 배달 주문을 포기하고 직접 사러 나갔다”며 “배달료가 음식 값과 비슷한 수준인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달 전문점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하루 종일 항의 전화에 시달렸고, 직접 배달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39)씨는 “배달 기사가 음식을 픽업하는 데만 최소 80분이 걸렸다”며 “점심쯤부터 예상 배달 시간보다 배달이 늦어지니 손님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하루 종일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한 중식당 주인 현모(55)씨는 “배민뿐만 아니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다른 앱도 모두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며 “도저히 방법이 없어 가게를 비우고 내가 직접 배달을 다녀왔다”고 했다.

아예 가게 문을 닫은 사장들도 있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배달 기사와 한바탕 씨름을 벌일 생각하니 차라리 하루 장사 접겠다” “연중무휴 가게인데 오늘은 해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이 같은 혼란에도 배달의민족 회사 측은 “큰 차질을 빚을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만 내놨다. 배민 전업 라이더는 4500명 규모인데 이 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을 미리 알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들의 불만은 오히려 회사 측으로 집중됐다. 배민 이용자 최모(47)씨는 “파업이 하루뿐이라고 하니, 회사 측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빤히 보고만 있는 것 아니냐”며 “라이더들도 그렇지만 시민들 불편과 혼란을 모르는 체 한 회사 측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배민 측은 “오늘 배달에 참여하는 라이더에게는 건당 6000원을 더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며 “또 실시간 모니터링과 서버용량을 증설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