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만여 명(경찰 추산)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대한문까지 8개 차로 중 6개 차로를 메운 채 집회를 갖고 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2023 세계 노동절대회’ 집회에서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집회에는 총 14만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은 파노라마 기능으로 촬영해 굴절돼 보이지만, 실제는 580여 m의 직선 도로다. /연합뉴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일 노동절을 계기로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4만명이 참가했다는 이날 집회에서 양대 노총은 “노조를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고 했다. 이날 대규모 집회로 서울 도심에서는 12시간 동안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민주노총은 집회 도중 연막탄을 터트리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2만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세종대로 8차선 도로 중 6개 차로를 점거하고 사전 집회를 시작했다. 건설노조의 집회 무대 설치를 위해 이 일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차량이 통제됐다. 주최 측은 “경찰이 200일 가깝게 1000명이 넘는 건설노조 인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정권 탄압 속에서도 우리는 더 활개를 칠 것이다”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오후 2시 20분쯤부터 시작한 본집회에서 “노조 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건설노동자 한 명이 분신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잔인한 건설노조 탄압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강원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지부 간부 양모(49)씨가 분신을 시도했는데, 이를 현 정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건설사를 상대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현장 간부의 급여를 요구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양씨는 이날 오후 3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건설노조는 오후 3시 40분쯤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과 서울고용노동청, 헌법재판소 등 세 방향으로 행진했다.

그중 민노총 조합원 4000명은 종로까지 왕복 6차로 중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향했다. 을지로 2가 사거리에 도착한 이들은 서울노동청 건물 앞에서 빨간색 연막탄을 터트렸다. 연기가 일대를 덮어 수분간 시야를 가렸고 매캐한 냄새도 퍼졌다. 이들은 서울노동청 건물과 주변 가로수, 가로등 기둥 등에 ‘공공요금 국민부담 NO’라고 적힌 손바닥만 한 스티커를 붙였다. 이들이 스티커 수백 장을 붙이는 동안 저지하는 경찰은 없었다.

이들과 별개로 용산 대통령실로 향한 1만여 명은 세종대로 8차로 중 5개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했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1500명은 시청 동편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2개 차로를 모두 점거했다. 금속노조는 “5·31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시킵시다”라며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경찰 추산 1만5000명이 참가한 집회를 열었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IFC몰 방향 차로 5개를 점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 정부를 불태울 것”이라며 “노예의 삶을 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류기섭 사무총장도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이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고, 위험에 방치하고, 노후와 미래를 빼앗기 위해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대통령실로 향하는 노조원 중 4명을 경찰관 폭행과 기물 파손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도심은 이날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집회로 인해 도심 일대의 차량 평균 통행 속도는 시속 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