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송아 기다려!” “오공아, 짖으면 안 돼.”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에서 반려견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뉴시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 운동장. ‘이리 와’ ‘기다려’ 등의 문구가 붙은 주황색 안전 고깔 사이에서 주인들이 반려견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몰티즈·포메라니안·리트리버 등 여러 반려견은 주인의 말에 반응하며 이쪽저쪽 몸을 움직였다. 옆에 서 있던 심사위원이 명령 수행 여부를 확인해 채점표에 체크하자, 반려견 주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모두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작년부터 운영 중인 ‘반려견 순찰대’에 지원했다. 반려견 순찰대는 견주와 반려견이 동네를 산책하며 술에 취한 사람이나 위험 구조물 등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에만 야간 주취자 발견 등 112 경찰 신고 접수 206건, 120 다산콜센터 신고 1500건의 성과를 냈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성동구의 한 순찰대가 심야 시간에 비틀거리며 주행하는 음주 운전 차량을 발견한 뒤 신고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서울시 자경위는 지난해 서울 내 자치구 9곳에서 시범 운영했고, 올해 서울 내 전 자치구로 운영 범위를 늘렸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에 나온 반려견들의 모습. /이덕훈 기자

22~23일에는 1302팀을 대상으로 실기 시험을 치렀다. 심사 요소에는 반려견이 주인의 지시에 잘 반응하는지, 산책 시 주인이 줄을 일부러 당기지 않더라도 잘 걸을 수 있는지, 다른 개가 옆으로 지나갈 때 공격성을 띠지 않고 차분히 지나갈 수 있는지 등이 반영됐다.

현장에서 만난 반려견 주인의 과반은 2030 여성들이었다. 작년 시범 사업 당시에도 지원자의 75%가 젊은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두 살짜리 화이트테리어 테리를 키우는 이지현(31)씨는 “관악구 신림동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라도 동네 치안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동네에 더 애착심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세 살짜리 셰퍼드 믹스견 ‘오공이’를 키우는 김윤진(44)씨는 “2년 전에 오공이가 산책 도중에 비틀거리는 중년 남성을 보고 계속 짖어 단순히 술에 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뇌졸중으로 쓰러진 분이었다”며 “순찰대가 된다면 이런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섯 살짜리 사모예드 믹스견을 키우는 최성택(32)씨는 “소형견 주인과 행인들이 대형견을 보면 무서워하고 기피했는데 순찰대 활동을 하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지원했다”고 했다. 올해 반려견 순찰대에 최종 합격한 팀은 지원자의 절반 정도인 총 522팀이다. 이들은 작년 선발돼 활동을 연장한 197팀과 함께 30일부터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