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김포골드라인 종점인 김포공항역에 내린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출퇴근 시각 김포골드라인에는 열차 내 밀집도가 1㎡당 7~8명에 달해 이른바 ‘지옥철’로 불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14일 압사 위험이 제기된 ‘김포골드라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대책을 내놨다. 버스전용차로를 지정하고, 노선버스를 늘리며, 출퇴근 시간대에 셔틀을 투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과 경기도 김포, 서울 강남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개통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승객이 매일 ‘핼러윈 참사’와 다름없는 혼잡 상황을 경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날 긴급대책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마련됐다. 원 장관은 “교통 전체를 책임진 주무 부처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윤 대통령이 당장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불편과 안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장관이 직접 현장 파악을 하고, 관계자들과 대책을 숙의해 건의해달라고 이틀 연속 특별 지시를 했다”고 했다.

서울시도 이날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 해결을 위해 출퇴근 시간대 탑승을 제한하는 ‘커팅맨’ 배치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서울시는 노선버스 확충과 수륙양용버스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대체 교통수단 마련 등 단기 대책을 발표한 건 빠른 시간 안에 김포골드라인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승강장 자체가 열차 두 량 규모로 설계돼 있는데 당장 이를 바꾸기는 어렵다. 이날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으로 출근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혼잡과 안전의 문제는 몇 년 뒤의 대책을 기다릴 수 없다”며 “5호선이 연장될 때까지 김포와 서울 출퇴근 셔틀버스를 무제한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 구간에서 5대로 운행 중인 70번 버스 노선에 전세버스 8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김포 도심에서 서울 강서구로 이어지는 시내버스도 증차할 계획이다.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개화역~김포공항역 2㎞ 구간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된다. 버스 배차를 늘리고 교통 체증을 줄여 김포골드라인 승객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승객의 실신 같은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풍무역과 김포공항역 등에 안전요원과 구급대원을 상시 배치하겠다는 대책도 논의됐다. 서울시도 단기 대책으로 승객들의 동선을 분리하고 무리한 탑승을 제한하는 ‘커팅맨’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김포~서울 버스전용차로 설치를 서두르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버스 증차 같은 우회적인 대책으로는 김포골드라인의 ‘지옥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열차의 혼잡함을 감내하고라도 제시간에 출퇴근해야 하는 승객들이 출퇴근길 정체가 심각한 버스를 선택하겠는가”라며 “버스가 늘어나면 기존 승용차 등과 엉켜 체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전용차로가 늘어날수록 서울 도심이 복잡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2017년 7월 서울 한강에서 열린 ‘한강몽땅’에 참여해서 일시적으로 운행했던 수륙양용버스가 양화선착장에서 육지로 올라가고 있는 모습. /장련성 기자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는 중·장기 대책도 내놨다. 서울시는 1대당 40여 명이 탑승 가능한 수륙양용버스 운용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당초 내년 9월로 증편이 예정돼 있던 김포골드라인 열차 6대를 3개월 일찍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열차를 증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김포골드라인 측은 밝혔다. 김포골드라인에 따르면 6대 차량이 추가로 투입되면 승객 2000여 명을 더 태울 수 있다. 지난 3월 한 달 하루 평균 승객 수가 7만8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다. 이재선 김포골드라인 노조위원장은 “지금 탑승이 너무 힘들어서 안 타는 사람이 많은데, 열차가 증편되면 승객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열차 6대를 투입하면 배차 시간이 2분 30초까지 줄어드는데, 더 간격을 줄일 수는 없다.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포골드라인의 승강장 설계 자체가 잘못돼 있다”며 “증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근본 방안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김포골드라인은 승강장을 열차 두 량이 들어가는 33m 길이로 만들었다. 당초 김포시는 3량 설계(47m)를 목표했고, 시의회에서는 4량으로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하지만 유영록 당시 김포시장은 김포골드라인 사업을 두 량 열차로 강행했다. 김포시의회 관계자는 “다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조급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시장은 본지 통화에서 “김포시 채무가 한계까지 차서 지방채 발행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당시에도 출퇴근 시간대 혼잡 문제가 지적됐지만, 결국 예산 문제 때문에 두 량짜리 경전철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근본적 대책으로 김포 방면 지하철 5호선 연장과 GTX-D 건설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5호선 연장과 GTX-D 건설은 예비타당성조사 같은 남은 절차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10년 내에 실현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김포골드라인 등 대중교통이 지나치게 붐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유 교수는 “기업들의 협조를 구해 오전 9시와 10시까지 출근하는 사람을 나누는 식으로, 열차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