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공무원 비상소집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대전시가 산불 관련 소집령을 전파하면서 여성 공무원에 대해서는 ‘귀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는 “산불 작업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위험할 수 있어 남성 위주로 선발했다”면서도 “경솔했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산불과 관련해 2일 대전시청 전 직원에게 발송된 문자메시지 내용. /블라인드

3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대전시청 산림녹지과는 대전시 전(全) 직원에게 ‘산불 긴급 비상소집’ 발령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산불진화본부가 설치된 기성중학교로 모이라는 내용이다. 1000여명의 공무원이 소집됐다.

논란이 불거진 건 같은 날 오후 6시 2차로 발송한 문자메시지였다. 산림녹지과는 “산불 현장에 비상 대기 중인 여직원 및 집결 중인 여직원은 귀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파했다. 밤 10시 48분에는 다음날 산불 관련 비상 근무를 안내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본청의 남자 직원 동편 주차장 06시까지 버스에 탑승 바람”이라는 내용이다. 여성 직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대전시의 이 같은 근무 지침을 두고 성차별이라며 불만을 내비치는 글이 쏟아졌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산불을 꺼야 하는 상황 아닌가” “남자가 여자보다 호흡기가 더 튼튼한가” 등의 반응이다. 여성을 싸잡아 ‘4등급 시민’ ‘마이너스 인력’이라고 비하하는 이들도 있다.

공지 문안을 작성한 대전시청 산림녹지과는 “산불 현장은 굉장히 험하고 야간까지 작업이 진행되면서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젊은 남성 직원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두 번째 메시지는 산을 실제로 오르내리는 필수인력만 남고,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는 일을 하는 일부 여직원은 철수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2일 대전 서구 산직동과 맞닿은 충남 금산군 복수면에서 산불이 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산불 진화라는 업무 특성상 여성분들이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험한 길을 오르내리고, 굴러떨어지기도 하고, 물도 날라야 하는데, 신체적으로 여성분들보다는 남성들이 유리한 것은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솔했다. 사려 깊지 못한 지시였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여성 근로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를 한다. 제70조는 “18세 이상의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임신 중인 여성에 대해서는 추락 위험이 있거나 고열이 발생하는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금지된다. 다만 지방공무원의 경우 이것이 준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