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복권 판매점 앞으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즉석복권은 인쇄 때부터 1등 개수가 정해져서 시장에 배포된다. 따라서 특정 회차의 즉석복권이 거의 다 팔려가는데도 아직 1등이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사람들은 복권판매점을 다니며 해당 회차의 복권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이 1등 당첨복권 판매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발단이 된 건 즉석복권 스피또1000 58회차였다. SBS보도에 따르면, 2021년 9월 6일 해당 즉석복권에서 0등(꽝)이 1등으로 바뀌거나 1등이 꽝으로 바뀌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 복권에 적힌 육안상 당첨과 시스템상 당첨이 불일치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은 오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8회차 복권 20만장을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복권 유통데이터를 열어봤고, 오류 추정 복권만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첨금 지급 만료 기한인 지난 2월까지였던 58회차의 1등 당첨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서 또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자 ‘회수된 20만장에 혹시 1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 ‘회수된 복권 중 1등이 있을 가능성도 있는데 나머지 복권을 그대로 판매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유통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으면 당첨복권 판매점의 위치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동행복권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즉석 복권의 유통번호와 검증번호는 분리돼 별도 시스템에 저장되므로 당첨복권 위치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동행복권은 “스피또1000 즉석복권 6매가 육안으로는 당첨인데 단말기에 낙첨(꽝)으로 인식되는 오류가 발생했다”며 “원인 분석을 위해 인쇄업체에게 오류 사실을 전달하고, 다시 받은 검증데이터와 비교해 총 4000만매 중 18만90매에서 일부 정보의 차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증번호와 유통번호는 연결고리 없이 따로 분리돼 별도 시스템에 저장된다”며 “유통번호로 복권의 위치는 알 수 있지만 당첨 여부를 알 수 없고, 검증번호로 당첨 여부는 알 수 있지만 복권의 위치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동행복권은 또 “유통데이터는 열어봐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로 보도됐으나 사실은 즉석복권의 입고, 출고, 반품 등 유통관리를 위해서는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행복권은 복권 종류를 불문하고 발행기관 또는 수탁사업자가 당첨복권의 위치를 몰라야 하는 것이 복권사업의 투명성 및 신뢰성과 직결되는 출발점”이라며 “검증번호 오류로 회수한 일부 복권 중에서 1, 2등 당첨복권의 존재 여부와 1등 복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복권위원회와 수탁사업자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복권 일부는 회수하면서 나머지 복권은 그대로 판매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복권을 일찍 구매하든 늦게 구매하든 당첨 확률과 기댓값이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로 무작위성을 가진 복권 20만장(0.5%)을 회수하였다 하더라도 당첨 확률과 기댓값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