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규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25일 서울 도심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각각 집회를 열면서 일대 교통이 혼잡을 빚어 봄나들이 나온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민주노총은 대학로 일대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민주노총 3.25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사전 신고된 인원은 1만8000명으로,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홍익대 대학로 캠퍼스가 위치한 이화사거리부터 마로니에 공원 방향의 모든 차로가 통제되고, 반대 방향은 가변 차로가 운영됐다. 집회 시간대 해당 구간의 차량 속도는 평균 4km/h을 기록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3.25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뉴시스

이번 집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 가면을 쓴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양 손을 주황색 끈으로 결박한 채 행진했고, 또 다른 이는 ‘윤석열이 폭탄이다‘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기도 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마트에서 사용되는 카트 앞에 ‘부자감세, 친재벌정책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붙이거나 경광봉을 들고 ‘퇴진을 명한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들은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르고 ‘윤석열 심판’이라고 적힌 빨간 손팻말과 ‘물가폭등 공공요금 인상! 더 이상 못살겠다’ ‘풍선처럼 가벼운 내 지갑과 장바구니’ 등이 적힌 빨간 풍선을 흔들었다.

집회 시작 직후 소음 강도는 85dB(데시벨) 이상으로 치솟았다.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병원 인근의 평균 소음 기준은 평균 65dB 이하, 최고 소음은 각각 85dB 이하여야 한다. 경찰이 서울대 어린이병원 입구 앞에 설치한 소음전광판에는 ‘집회 소음이 기준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소음을 낮춰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소음 기준 초과 안내 화면이 떴다. 집회 참가자들이 설치한 스피커 옆을 지나가면서 양손으로 양쪽 귀를 막은 행인도 있었다.

2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열린 공안탄압분쇄,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이들은 집회가 끝나고 오후 3시 30분쯤부터 마로니에 공원부터 종로5가를 거쳐 을지로입구로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하는 동안 이들의 진행방향 모든 차로는 통제됐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이화사거리를 거쳐 종로4가로 행진하고 합류했다.

같은 날 중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는 보수단체의 집회도 이어졌다.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세종대로 중 KT광화문빌딩 앞부터 세종대로 사거리 구간이 부분 통제되기도 했다. 오후 1시쯤 자유통일당은 ‘자유통일 주사파척결 범국민대회’를 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 등을 요구했다. 오후 2시쯤 서울시의회 앞에서 보수단체 일파만파는 ‘어겐 코리아’를 열었다. 무대 단상에는 ‘간첩 박살’ 문구가 적힌 현수막 걸려 있었고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한미동맹 강화’라고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또 이날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국기’ 태권도 한마음 축제가 열려 1만2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동시에 태극 1장 품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태권도가 ‘국기’로 법적 지위를 확보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을 기념해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광화문대로 2개 차로를 제외한 전 차로 위에서 진행됐다.

주말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 인근 시민들은 큰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는 지하철 이용객들은 인도 위로 올라와 흡연하는 집회 참여자들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2번 출구 인근을 지나던 시민 홍모(22)씨는 “날씨 좋아서 데이트 하려고 나왔는데 소음 때문에 대화도 안 되고, 담배 냄새도 많이 나서 속상하다”고 했다. 청계천로 인근의 회사에 다니는 조모(22)씨는 “인도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앉아있어 지나가기 너무 힘들었다”며 “적어도 사람 한 명 정도는 지나다닐 수 있게 조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