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백반 집에 서울시가 지정한 '동행식당' 현판이 붙어 있다. /오유진 기자

서울 용산구 서울역 쪽방촌 인근에서 7년간 부대찌개 음식점을 운영해 온 권모(69)씨는 쪽방 주민들을 돕기 위해 작년 11월 서울시의 ‘동행식당’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은 서울 영등포, 창신동 등 쪽방촌 5곳의 쪽방상담소가 주민 1명에게 1장당 8000원 짜리 식권 한달치를 매달 주는데, 주민들이 동행식당으로 선정된 곳에 가서 식권을 내고 밥을 먹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식당이 사용된 식권을 시에 알려주면, 시가 예산으로 밥값을 지불하는 구조다. 작년 8월 시가 쪽방 주민들이 매일 하루 한끼를 챙겨먹게끔 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서울시 전체에서 42곳이 동행식당으로 선정됐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식당도 매출을 올릴 수 있게 설계돼 ‘동행’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제 식당 주인 상당수는 밥값이 8000원을 넘어도 식권 1장만 받고 쪽방 주민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적잖은 동행식당들이 권씨처럼 고민에 빠졌다. 재료비가 올라 식권을 받아 식사를 제공한 후 식권 1장당 8000원을 서울시에서 받아도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권씨의 경우 ‘부대찌개’와 ‘차돌된장’을 각각 9000원, 8000원에 팔고 있었다. 권씨는 “재료비를 고려해 1만~1만1000원은 받아야 한다”며 “특히 부대찌개는 재료값이 2배 뛰어 라면사리 무한리필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50m 떨어진 곳에서 10년째 백반 집을 운영해 온 윤모(66)씨도 동행식당에 자원한 게 고민이다. 그는 “다른 주민에게는 1만원을 받고, 쪽방 주민에게는 8000원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음식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식권 한도라도 1000~2000원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쪽방 주민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포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비용까지 포함하면 손해는 더 커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사장은 “동행식당 사업 참여하고서 주민들 ‘포장’ 요구가 많아져 지난해 11월부터 처음 포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음식 하나에 포장비가 1000원씩 든다”며 “식권 한도 가격인 8000원에 팔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말 동행식당으로 선정됐다가 반년도 안 돼 올해에만 이미 4곳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적고, 가게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식당이 폐업하거나 운영을 그만두는 가게들이 있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를 개선할 계획”이라면서도 “올해 49억원으로 편성돼 있는 예산은 1일 8000원 한도로 식권 가격을 맞춰놓은 것이어서 식권 한도를 올해 안에 올릴 계획은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