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경기 과천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주모(26)씨는 요즘 기업 취업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이때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챗GPT에다 이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재상과 관련된 키워드인 ‘긍정적인 사고’ ‘창의성’ 등을 주고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들어갈 내용을 제시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답을 내놓았다. “A사는 우수한 제품과 풍부한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는 창조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태도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능숙합니다”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주씨는 이를 바탕으로 자기 개인 경험을 중간중간에 써넣은 뒤 “어색한 문장을 고쳐달라”고 또 챗GPT에 입력했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5000자 분량의 자소서를 3시간 만에 완성했다. 주씨는 “자소서를 쓸 때마다 어떻게 문장을 써내려갈지 머리를 싸매며 몇 시간씩 고민했는데 챗GPT 덕분에 자소서 고민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3월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채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챗GPT 바람이 부는 중이다. 자소서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예상되는 질문 등을 뽑아내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긴 글을 쓰는 게 부담스러워 취업 준비 과정에서 힘들어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는 김모(25)씨는 최근 1년간 공기업과 민간 기업 등에 잇따라 지원하며 100개 넘는 자소서를 써왔다. 김씨는 “자소서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고, 면접 예상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도 척척 해줘, 챗GPT가 내놓은 답변을 잘 외우기만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B사에 다니며 일하는 동안 성취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국내외 지적재산 동향 및 정책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여 국가 및 기업의 지적재산 전략 수립에 기여하겠다”와 같은 답변이 나오는 등 챗GPT를 이용한 ‘모의 면접’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챗GPT로 자소서를 썼더라도 쉽게 구분이 어려워 지원자 실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지금도 자소서 외에 실무평가, 경력, 심층면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어 신입사원 선발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챗GPT를 썼는지 판별하는 프로그램을 쓰거나 다양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