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을지트윈타워에서는 ‘세운지구 청년 입주민 환영회’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중구 세운지구에 들어서고 있는 민간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두 곳(총 1636가구)의 입주민 2000여 명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를 주최한 곳은 민간 아파트 시공사가 아니라 중구청이었다. 서울에 있는 구청이 특정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환영 행사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중구에 온 걸 환영해!’라고 쓴 현수막이 내걸렸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허준석씨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뮤지컬 공연도 열렸다. 중구청이 ‘청년 입주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1636가구의 약 70%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25~50㎡ 소형 평수가 많아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날 환영 행사에는 임신·출산·육아 상담 부스까지 마련됐다.

총 1636가구인 이들 세운지구 주상복합 아파트는 인구 12만명이 사는 중구에 모처럼 들어선 대규모 주거 단지다. 가구 수 면에서는 업무용 건물이 대부분인 중구 소공동(1268가구)과 을지로동(1294가구)보다 많다. 또 중구에 1000가구가 넘는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은 2008년 황학동 롯데캐슬 이후 15년 만이라고 한다.

이날 행사장에 온 입주민들은 “이렇게 환영받는 기분은 처음”이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이사 왔다는 임효진(33)씨는 “매일 출퇴근하느라 소진했던 2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됐다”며 “산후조리 비용 100만원 지원 등 출산 지원 제도도 많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성모(42)씨는 “오늘 환영회에서 들은 ‘세운 일대 부동산 전망’ 강연이 유익했다”며 “중구에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환영사를 한 김길성 구청장은 “2000명 한 분 한 분이 저에게는 너무도 귀하다”며 “이번에 입주한 주민들이 중구에서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구 인구는 12만317명이다. 서울 시내 25구 중에서 가장 적은 데다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 1월(13만3155명)보다 1만3000여 명이 줄어 이제는 12만명대도 무너질 상황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러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인근 종로구와 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인구 감소는 구청의 세수(稅收) 감소로 이어져 그만큼 주민들을 위해 쓸 돈도 줄어든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구정 운영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같은 ‘인구 소멸’ 위기감은 중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25구 모두 10년 전보다 인구가 줄었다. 특히 노원구(-14.5%), 강북구(-12.9%), 도봉구(-12.9%), 양천구(-10.7%)는 인구가 10% 넘게 줄었다. 서울시 전체 인구 역시 2010년 1057만5447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 2020년(991만1088명) 1000만명이 무너졌고 지난해에는 966만7669명까지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주거 비용이 증가하면서 특히 MZ세대가 서울 주변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구도심을 포함해 권역별로 노후화된 아파트를 재건축·재개발하고, 낡은 빌라가 몰린 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도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