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논란이 됐던 ‘비동의간음죄’에 대해 “동의 없는 성관계는 범죄”라면서도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비동의간음죄는 형법상 강간죄 성립 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판단하는 내용이다. 폭력을 쓰지 않았더라도 동의 없는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강간으로 보는 것이다.

한 장관은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반대하느냐’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 질문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서 굉장히 그 편에 서는 입장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겠다”면서도 “다만 이 법을 도입하면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25년 일한 법률가로서 100% 확신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조문 구조상 범죄를 의심받는 사람이 상대방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 받게 되는 구도가 된다”며 “그런데 상대방의 내심을 파악하고 입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 의사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 조항을 도입했을 때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한 장관은 “오해하지 말아주셔야 할 것은 저는 이 논쟁을 막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평행선을 긋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서로 건설적인 토론을 해서 국민들이 공론을 형성해가면 될 문제”라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6일 ‘제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시사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곧바로 “계획이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9시간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을 부처 간 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발표해 젠더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했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한 데 대해 이날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전화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일방적 반대로 철회했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