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지하 4층을 가보시면 아마 다들 말은 그냥 지하 4층이라는 어감도 그렇지만 가보면 저희들 보고 이태원 참사가 저희 대한민국에서 조용해질 때까지 지하에 가서 너희들도 똑같이 아이들처럼 그냥 지하에 가서 박혀서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됩니까?”

할로윈 참사로 아들을 잃은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사망자 추모공간을 녹사평역에 제안한 서울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주말을 지나며 ‘지하 4층 추모시설’은 정부와 서울시가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박대한다는 하나의 상징어가 됐다.

이 대표 말대로, ‘지하4층’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 그랬다. 서울시는 왜 녹사평역 지하4층에 추모시설을 제안했을까. 기자도 궁금해 찾아가봤다.

이태원 할로윈 사고 사망자를 위한 추모공간이 들어설 최적의 공간은 어디일까.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을 유족들이 거부하고 나서 공방이 치열하다. 사진은 녹사평역 역사 내부. /박은주기자

지난 8일 오후 5시 흐린 날이었다. 기자는 녹사평역 1번 출입구를 통해 녹사평역 지하4층에 도착했다. 녹사평역은 다른 6호선 역처럼 지하가 깊었다. 지상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1~지하2층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에서 다시 지하2층~지하4층 엘리베이터가 이어지는 입체적인 구조다.

여느 지하철역과는 하나 다른 것이 있었다. 역사 천장에 자연광을 유도하는 대형 유리 선큰(sunken)을 설치해, 지하4층까지 자연 채광이 닿도록 했다. 실제로 바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에 내부에 켜둔 조명까지 더해져 실내는 꽤 밝았다. 역의 공용공간 규모도 공덕, 강남 역보다는 작았지만, 마포역이나 뚝섬역 등에 비해서는 훨씬 커보였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할로윈 사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간 후보로 거론되는 녹사평역. 공방이 한창이다. /촬영=박은주기자 편집=광화문스튜디오

개찰구로 이어지는 지하 4층은 전체 공간이 852제곱미터(257평). 서울시는 서울지하철공사와 협의해 이 중 약 600제곱미터(180평) 규모를 임시추모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개찰구에서 나오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회의실 3개(9평, 9.5평, 12평)를 터서 유족들에게 제공하고, 공용공간인 세미나실(46평)도 원할 경우 사용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하 4층에 추모공간이 마련된다면 개찰구를 통과하는 모든 승객이 추모시설을 접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시는 “유족 측 민변과의 대화에서 용산구청이나 녹사평역 같은 공공건물에 추모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안을 받고 서울지하철공사등과 실무 협의를 통해 마련한 안”이라는 입장이다.

유족이 서울 중심가로 추모 시설을 옮기고 싶은 여러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현장을 둘러보면 녹사평역 지하4층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진다. 다만 녹사평역에 추모공간을 조성한다면, 화장실 등 부대시설 정비, 지상부에 안내판이나 기념물 설치 등 추가 예산이 들어갈 구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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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신동흔의 이슈포청천 라이브 (2월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