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 자료를 조회하고, 조회를 당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30일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 자료 조회와 관련한 법률과 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난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서울남부지검, 서울 서초경찰서가 영장 없이 본인의 통신 자료를 조회하면서 이를 통지하지 않은 것은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공수처가 2021년 하반기 특정 기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내용도 진정에 포함됐다.

진정을 당한 수사기관 측은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이것이 적법한 수사절차라고 주장했다. 해당 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수사를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해 피해자 정보를 확보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통신 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 절차가 없기 때문에 진정인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인권위는 통신자료가 민감한 정보임에도, 수사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취득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인권위는 “수사 목적을 위해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광범위하게 요청하고 취득하면서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사생활·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작년 상반기 약 212만건이었다.

다만 인권위는 이런 행위가 수사기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법률에 따른 것이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개정해 통신 자료 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통지 의무를 부과하라고 권고했다. 공수처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에게는 해당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관련 내부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