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쇼핑 라이브 채팅 알바’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오후 4시가 되자 10여 명이 채팅창에서 쓰는 별명과 계좌 번호를 올렸다. 그러자 잠시 후 ‘판매자’라는 별명을 쓰는 사람이 이들에게 다음 날 진행할 라이브 방송 인터넷 주소와 주요 질문 등이 담긴 리스트를 보냈다. 그러면서 “10분 단위로 채팅 작성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가 전달한 리스트에는 “재질이 플라스틱인가요” “360도 돌아가나요” 등 질문 목록도 있고 “호응만 하세요. 전기 요금 질문 X”라고 적힌 지시 사항도 있었다.

이 대화는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몇몇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와, 이들이 고용한 ‘채팅 아르바이트(알바)’들 사이에 오간 것이었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TV 채널에서 방영하는 홈쇼핑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것과 유사한 서비스로, ‘라이브 쇼핑’이라고도 한다. 홈쇼핑처럼 쇼호스트가 나와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실시간 또는 녹화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고 영상이 나오는 동안 그 제품을 곧바로 구입할 수도 있다. 다른 점은 실시간 채팅 기능이다. 다른 접속자들이 함께 보는 채팅창에서 제품에 대해 묻거나 구매 의사 등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본지가 확인한 것처럼 제품 판매 업체들이 ‘바람잡이’ 알바를 고용해 채팅창에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이런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고 한다.

12일 오픈 채팅방에서 판매자의 지시를 받았던 알바들은 13일 실제로 자기가 채팅 댓글을 단 화면을 내려받은 사진 수십 장을 오픈 채팅방에 올렸다. 채팅방에는 “수고했습니다. 말씀 잘해서 감탄했어요”라며 격려하는 말도 오갔다. 아르바이트 비용은 방송이 끝난 직후 지급한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이들에겐 판매자가 인센티브로 1000원씩을 더 주기로 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이런 라이브 쇼핑 시장 규모는 올해 6조2000억원 규모로 2020년 4000억원에서 2년 새 15배 이상이 됐다. 수만 명이 라이브 쇼핑 방송 하나를 동시 시청하는 일도 있다. 그렇다 보니 채팅 알바가 곳곳에서 성행 중이다. 각종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라이브 쇼핑 댓글 알바’ ‘라이브 쇼핑 재택 부업’을 광고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요즘 한 아이디로 1시간 일할 때 6000원 정도를 주는데, 두세 아이디로 동시에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객을 속일 수 있는 허위 채팅인 만큼 네이버 등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방송을 금지하는 등 제재 방안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하루 라이브 방송이 100건 안팎에 이르고 있어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채팅 알바들이 제품 장점만 부각하며 바람을 잡으면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구매를 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보호 지침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서서 심할 경우 플랫폼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