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계단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뉴스1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에 작성된 핼러윈 대비 관련 경찰 보고서를, 참사 이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을 5일 구속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건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 전담 판사는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경무관은 사고 이후 서울시내 일선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에게 문건을 삭제하도록 회유한 혐의를 받는 김 경정 또한 “이 같은 지시를 받고 따른 것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혐의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고서를 삭제하는 게 원칙이라, 이를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사고 당일 현장 총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용산서 전 112상황실장(경정)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증거인멸,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한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편 특수본은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 29일 인파가 몰리는데도 지하철 이태원역에서 무정차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을 피의자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4만명 넘는 승객이 1번 출구 및 2번 출구를 통해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참사 1주일 전인 10월 22일 같은 시간대 하차 인원의 약 5배였다. 하지만 이날 이태원역에선 무정차 통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본은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지하철 무정차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당시 현장에 인파가 지나치게 몰린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이태원역장이 이미 피의자로 입건됐다.

동묘영업사업소장 이모씨는 참사 당일 이태원역으로 출근해 현장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지켜봤으면서도 제대로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 본부 측에서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시행할지 여부를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는데도 이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서울교통공사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 예규에는 승객 폭주와 소요 사태, 이례 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이 종합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