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사고 당일 오후 10시 36분에 처음으로 인력 동원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증인으로 나와 11시 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고 한 이 총경의 주장과 달리 최소 24분 전에 현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도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9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용산경찰서 112 무전 기록에 따르면 이 총경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5분 ‘용산, 용산서장’이라며 처음으로 무전에 등장했다. 이로부터 1분 뒤 이 총경은 “이태원에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해가지고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지시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1분만이다. 이때 이 총경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해 교통 정체로 차량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10시 55분쯤 이태원 엔틱가구거리에서 내려 10분쯤 걸어 11시 5분에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해 현장 지휘를 시작했다.

이 총경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빨리 사고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이 총경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증언했었다. 다만 이 총경은 한 언론에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고 현장에 있던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가지라는 취지로 지시를 내렸던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실제 이 총경이 인지를 한 시점 등을 수사하고 있으며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주 중으로 구속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경과 별개로, 용산경찰서와 서울청 상황실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공개됐다. 참사 당일 현장에 있던 송병주 용산서 전 112상황실장(경정)은 이날 오후 7시 4분쯤 ‘인파가 매우 혼잡하다. 특히 해밀톤 호텔 앞에. 인파들한테 경고하고. 사람들한테 차도로 내려오지 않도록 경고하고 안전조치 취하라’는 무전을 쳤다. 9시 10분에도 ‘와이키키 골목길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나오고 있으니 관리 바란다’ ‘매우 혼잡한 상황이니 교통 경찰관 근무자들은 그쪽으로 이동해서 집중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와이키키 골목’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그 현장이다.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도 참사 당일 오후 9시 1분 ‘대형 사고 및 위험방지 건’이라고 언급하며 “핼러윈 관련해서 계속해서 추가 신고가 들어온다. 우리 지역 경찰 근무자 독려해서 질서 관련 근무를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두 장면 모두 당시 용산서 상황실장이나 서울청 상황실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