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김모(39)씨는 2019년 이혼한 후 일곱 살 된 딸아이를 혼자 키운다. 작은 회사에 다니며 월 180만원을 받고 일하는데, 생활비가 부족해 부모님과 함께 산다. 월 60만원의 양육비를 주겠다던 전남편은 이혼 후 두 달이 지나 연락을 끊었다. 그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작년 말 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김씨는 자기가 직접 전남편 행방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걸 그때까진 몰랐다고 한다.

이혼 때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아이 양육자는 법원에 양육비 이행 명령 신청을 낼 수 있다. 신청이 타당하면 법원은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을 내리는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양육자는 감치 명령 신청을 할 수 있다.

감치 명령은 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람을 최대 30일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가두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치 명령이 나왔는데도 1년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가 더 높아졌다. 제재를 가해 양육비 지급을 하도록 압박하는 게 이 법의 목적이다. 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법이 개정된 후 1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양육비를 받기 힘들다”고 말한다.

김씨도 이를 고스란히 겪었다. 김씨가 감치 신청을 낸 후 법원은 재판을 열려고 김씨의 전남편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수차례 서류를 직접 수령하지 않는 ‘폐문부재’로 몇 달을 버텼다. 결국 공시송달 처리가 돼 재판이 시작됐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과 관보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변호사나 공익단체 등은 김씨에게 “전남편이 법원 소환장이 발송된 주소에 산다는 걸 입증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적잖은 판사들이 공시송달 상태에서 감치 명령을 내리길 꺼린다는 것이다.

김씨는 몇 개월 동안 전남편 집 근처에서 그가 집에 돌아오는 모습, 방에 불이 켜지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법원 소환장이 계속 오는데도 그가 고의로 서류를 받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려고, 소환장이 온 날 그가 집에 있었다는 증거도 모았다. 이런 것들을 다 내고야 감치 명령이 나왔다고 한다.

김씨처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은 전 배우자 행방을 직접 추적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법원 서류를 일부러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위장전입까지 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양육비를 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이 전쟁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의 한 도시에서 이혼 후 딸 둘을 키우는 50대 A씨도 전남편이 법원 소환장을 계속 피해다녀서 1년 넘게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 그는 “전남편이 주소지에 살고 있는 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는데 ‘서류를 안 받아서 이행 명령이 나왔는지 모를 수 있다’며 판사가 감치 명령을 내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감치 명령을 받아내도 집행이 잘 안 되는 것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감치 명령 인용 건수는 연 241건이었지만 이 중 감치가 실제 이뤄진 것은 42건(17%)에 그쳤다. 감치 집행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이라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에서 하는데, 이들은 직접 감치 집행을 할 권한이 없다. 경찰이 나서야 하는데, 막상 경찰은 양육비 문제를 후순위로 보는 경향이 있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A씨도 월 100만원의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는 전부인에 대해 지난해 9월 감치 명령을 받아냈지만 집행이 안 돼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 그는 “위장전입을 하면서 법원 감시망을 피하고 있는데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최우선인 만큼, 국가가 먼저 주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감치(監置) 명령

가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은 사람이 3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법원은 그를 최대 30일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가둘 수 있게 명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