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막 태어난 갓난 아기처럼 감회가 새롭다”

경북 봉화 아연 광산 갱도 붕괴 사고에서 기적처럼 구조된 광부 박정하(62)씨가 일주일 만에 퇴원하면서 남긴 소회다.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한 작업조장 박씨는 녹색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로비에 등장했다. 박씨는 “구조작업에 참여해준 동료들과 구조대원에게 감사한다”며 “오늘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조장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커피믹스를 선물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이렇게 살아 돌아간다는 생각을 못했고, 마지막 순간엔 삶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삶이 주어졌으니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자신의 구조에 힘써준 사람들에게 감사 손편지도 남겼다. 편지에서 박씨는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저의 구조를 위해 24시간 구조작업을 해준 우리 광부 동료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이어 “현장을 직접 찾아와 구조를 돕고 인적, 물적 지원을 적극 지원 해주신 경상북도 도지사님을 비롯한 도민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며 “언론인 및 저희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애써주신 안동병원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박씨는 “구조된 뒤 밖에서의 처절한 구조 활동 얘기를 듣고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 하는 그 진심이 가슴 깊은 곳까지 느껴졌다”며 “애써주신 119구조대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시추작업을 위해 와주신 민간, 군부대 여러분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피해자 가족을 여러면으로 챙겨주신 자원봉사자와 각 기관 여러분께도 감사 드린다”고 했다.

편지에서 박씨는 열악한 광산 환경도 지적했다. 그는 “보시는 바와 같이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간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광부들은 아직도 어두운 막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정부와 각 관련 기관에 호소 드린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만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조장 박정하(62)씨가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은 퇴원 기자회견을 위해 박씨가 직접 작성한 감사 인사 글. /연합뉴스

아울러 “마지막으로 전국에 광산 근로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산업전사”라며 “자부심을 갖고 일하길 바란다. 존경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박씨는 고립된 갱 안에서 자신을 버티게 해 준 믹스 커피 이야기도 꺼내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많이 오셨는데 아무도 노란 봉지 믹스 커피를 안 가져 오셨어요?”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커피는 이철우 도지사가 준비했다. 박씨는 믹스 커피 선물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이 도지사는 회견장에서 “시추기 등 구조 관련 비용 4억 2천만원을 도에서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퇴원한 박씨는 자택인 강원 정선군에 머물면서 정신적 외상과 관련해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함께 구조된 박모씨는 서울에서 진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광부는 지난달 26일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토사가 쏟아지면서 지하 190m 수직갱도에 고립됐다. 믹스 커피와 지하수 등으로 버티다가 지난 4일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구조당국에 발견돼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은 구조 직후 응급실로 이송된 뒤 탈진, 저체온증, 근육통 등을 호소했으나, 일주일 만에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