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전이 취소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고려한 것이다. 월드컵 거리 응원전이 취소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리 응원전이 처음 생긴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시는 또 한강공원에서 술을 팔거나 나눠 주는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서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를 내놓는 것이다.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4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등에서 열 예정이던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전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거리 응원전을 개최하기 위해 서울시와 안전 대책 등을 협의했지만 결국 행사 자체를 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이태원 참사가 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거리 응원을 하는 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거리 응원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시작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는 서울시와 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는 24일 우루과이전이다. 당초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가 응원객들로 가득 찰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동안 거리 응원을 후원해온 기업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유로 후원을 꺼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스포츠 행사를 후원해온 한 기업 관계자는 “거리 응원전을 개최하려면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 등을 설치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누가 나서려고 하겠느냐”며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서울에서는 광화문광장·서울광장과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거리 응원전이 열렸는데 영동대로 거리 응원전도 이번에는 열지 않기로 했다. 당시 행사를 주최한 강남구청 관계자는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를 반영해 응원전 개최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모(45·서울 영등포구)씨는 “4년 내내 월드컵만 기다렸는데 안타깝다”며 “치킨집에서라도 친구들과 함께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산다는 김모(51)씨는 “이번 월드컵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월드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한강공원에서 술을 팔거나 나눠 주는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한강공원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시는 술을 팔거나 나눠 주는 행사에 대해 공원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한강공원에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안전 사고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한강공원 축제로는 ‘난지 락페스티벌’ 등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장에서 주류 업체의 협찬을 받아 술을 파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일절 금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나 단체가 한강공원에서 행사를 열려면 참가자 100명당 최소한 1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안전요원을 두라’는 규정은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 한강공원의 좁고 긴 경사로 등 위험한 구역은 아예 행사 승인을 내주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시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의 경우에도 안전 대책을 강화한다. 행사 전에 부서장급 이상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시민들의 이동 동선을 미리 파악하도록 할 예정이다. 행사 구역별로 안전 관리자를 배치하고 물가에는 안전선을 설치해야 한다. 대피로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은 평소 행사가 없어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며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구역을 조사해 안전 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