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직후, 소방 당국이 경찰 측에 약 2시간 동안 15번에 걸쳐 교통 통제와 인력 증원을 잇따라 요청한 것이 4일 확인됐다. 현장에 급파된 소방관들은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가 생긴 상황 속에서, 인파로 구급차 진입이 어려운데도 이에 대한 경찰 대응이 더디다고 인식해 경찰에 지원 요청을 필사적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과 소방의 지휘부가 현장에서 원활하게 공조하는 등 연계가 신속했다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기동대 1개 부대(60명)를 시작으로 서울 내 기동대 부대들이 사고 현장에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것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15분 뒤인 오후 11시 30분부터였다. 소방 당국 요청 후 1시간 12분 뒤였다. 그 전까지는 참사 전부터 원래 예정됐던 대로 삼각지역 인근 집회 대응을 끝낸 기동대 20명이 오후 9시 30분쯤 현장에 투입된 게 전부였다. 경찰의 현상 상황 파악과 수뇌부 보고가 늦어지면서 인력 증원이 한참 늦은 것이다.

4일 소방청과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 당국의 첫 경찰 공동 대응 요청은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서울경찰청 상황실에 했던 오후 10시 18분이었다. 119로 사건 신고가 들어온 지 3분 만이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소방차를 출동시킨 후 서울종합방재센터 시스템의 ‘경찰 공동 대응 요청’이라는 긴급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서울청이나 경찰청 모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오후 10시 56분에 전화로 다시 한번 서울청에 “다수의 경찰 인력 투입”을 요청했다. 소방청도 같은 시각 경찰청 상황실에 전화로 “경찰 인력, 차량 통제 필요 지원”이라는 내용의 공동 대응 요청을 보냈다. 사고 후 사상자들이 경찰이나 구급대, 시민들에게 실려 나오기 시작할 때다. 경찰청 상황실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다. 당시는 이미 이태원에 인파가 넘치며 사고가 난 골목 주변 차로까지 사람들이 밀려드는 등 혼잡이 극심했다. 오후 10시 18분 종로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한 구급차가 실신한 환자를 실어 다시 종로구의 한 병원으로 총 13㎞를 이동하기까지 1시간 31분이나 걸릴 정도였다.

소방 당국은 그 뒤에도 잇따라 경찰에 지원 요청을 했다. 오후 10시 59분부터 다음 날 0시 17분까지 1시간 18분 동안 12차례에 걸쳐 용산경찰서와 경찰청, 서울경찰청 상황실에 집중적으로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소방의 잇따른 연락을 받고 경찰이 대응을 시작한 것은 사고 발생 45분 뒤인 오후 11시 이후였다. 경찰 쪽 현장 책임자인 당시 용산경찰서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오후 11시 5분이었다. 그는 11시 15분쯤 대통령실 인근에 있는 11기동대를 이 현장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그의 첫 현장 지시였다. 실제 기동대가 도착한 건 11시 30분이었다. 그 뒤로 광화문, 여의도 등에 배치돼있던 기동대들이 잇따라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사상자가 대거 발생한 후였다. 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보다 더 뒤인 11시 36분,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0시14분이었다. 참사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일 경찰청 등이 소방의 공동대응 요청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등에 대해서 들여다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