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모습. /뉴스1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전 다수의 112신고가 있었다고 밝히며 고강도 내부 감찰을 약속했다.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전문가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려서 걷게 되는 순간을 이번과 같은 군중 사고의 ‘전조 증상’이라고 설명하며 “바로 빠져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브리핑을 열고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다.

시민들은 어떤 점을 보고 위험성을 느낀 것일까.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통해 “군중에 의한 사고는 전조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체적으로 접촉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을 ‘자유보행’이라고 한다. 반대로, ‘군집보행’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무리에 휩쓸려서 걷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박 교수는 “군집보행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밀도가 높아지면 점자척으로 자유보행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는 보행이 이루어지면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며 자유보행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사고의 ‘전조 증상’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군집보행이 이루어지는 군중에 들어가 있으면 나중에는 빠져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고의 목격자들 같은 경우 자신은 빠져나오고 싶었는데 군중의 흐름에 쏠리다 보니까 (못 빠져나왔다)’고 한다”며 “영상 자료를 봐도 사람들이 개개인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덩어리로 왔다갔다 쏠리듯 움직이는데, 그러면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박 교수는 “전조 증상을 느낀다면 자기방어적인 행동으로 미리 빠져나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당한 분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으니 내 의지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부분도 포함해 안전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