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랑 열매 씹기를 금지한다는 중국 현지 포스터. 오른쪽은 빈랑 나무 열매. /바이두, 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WHO)가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빈랑나무 열매가 지난 5년간 100t(톤) 넘게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강암 환자 90%가 복용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강한 중독성까지 띠고 있어 ‘죽음의 열매’로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한약재로 분류돼 쓰이는 실정이다.

26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수입된 빈랑 열매의 양은 무려 103.2톤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11톤에서 2019년 26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0년과 2021년 각각 23톤과 13톤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8월 기준 30.3톤으로 다시 급증했다.

빈랑은 중국 전통 한약재 중 하나로 주로 허난성에서 재배돼 후난성에서 가공된다. 냉증을 앓거나 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라고 전해지며,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는 껌을 씹듯 이 열매를 씹는 문화도 있다. 빈랑을 먹으면 입안이 온통 빨갛게 변하는데 이 모습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빈랑에는 2004년 WHO 국제 암 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등록한 아레콜린 성분이 함유돼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흔히 구강암을 유발하고 중독과 각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후난성에 사는 구강암 환자 8222명을 조사한 결과 90%가 빈랑 씹기를 즐겼다는 논문이 있다. 현지 자체 조사에서도 후난성 내 구강암 발생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30% 높았다.

때문에 빈랑을 기호품으로 다량 소비하던 중국마저 2020년 식품 품목에서 빈랑을 제외했다. 지난해부터는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에서 빈랑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진열된 제품을 수거하는 조치까지 내려졌다.

문제는 국내에서 빈랑이 한약재로 분류돼 매년 수십 톤씩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빈랑이 약사법에 따른 한약재로 관리되고 있어 검사필증을 구비하면 수입통관에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2025년까지 빈랑 관련 안전성 평가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주관 연구기관을 선정하는 일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홍 의원은 “안전성 평가도 실시되지 않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빈랑 수입을 두고 관세청과 식약처가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며 “신속한 안전성 평가 등 주무 부처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