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너 크루즈(유람선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 응모권을 드립니다”

최근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을 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고급화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디너 크루즈뿐 아니라 뮤지컬이나 프로농구 경기 관람, 템플스테이 체험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밀키트 세트(전북혈액원)나 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인천혈액원)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적십자사가 이런 고급화 전략을 쓰게 된 것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헌혈을 적극 독려하기 위해서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닥치면서 헌혈자 수는 지난 2018년 26만8000여 명에서 작년 24만2000여 명까지 줄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헌혈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헌혈 주축’이었던 10~20대 헌혈자가 크게 감소하고 30대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코로나에도 40대 이상의 헌혈은 숫자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10~20대는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171만명에서 작년 137만명까지 약 20% 줄었다. 영화 관람권이나 햄버거 세트 교환권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헌혈 혜택은 여전히 제공되고 있지만, 코로나 방역으로 대학 내 헌혈버스 출입이 어려웠고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오지 않는 대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10대의 경우 헌혈을 봉사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기준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2020년까지는 횟수 제한 없이 헌혈 1번을 봉사 활동 4시간으로 인정해줬는데, 작년부터 헌혈은 ‘연 3회’만 봉사 실적으로 인정되도록 바뀐 것이다.

반면 40대 이상 헌혈자는 2019년 약 50만명에서 작년 66만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10~20대 헌혈자가 줄어들었지만 40대 이상 헌혈자가 늘면서 혈액량이 크게 줄어드는 걸 그나마 방어해낸 셈이다. 중장년층 중에는 여전히 헌혈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데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경품 전략도 효과를 낸 결과라고 한다. 또 ‘나이가 많으면 헌혈이 어렵다’ ‘한의원을 갔다 오면 헌혈을 못 한다’ 등의 고정관념도 많이 깨졌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중장년층 헌혈 참여율(43.4%)은 일본(79%), 호주(75%), 프랑스(6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가 외에 시군 단위에도 헌혈의집을 늘려 중장년층의 헌혈 문화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