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오전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다솜광장에서 열린 '2022 부산장노년 일자리 한마당'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김동환 기자

지난 6월 경찰로 은퇴한 금동일(60)씨는 최근 전기 수리 업체, 경비 업체 등 일자리 약 50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단 세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금씨는 “답답한 마음에 한 업체에 전화를 걸어 왜 면접도 못 보는 게 된 거냐 물었더니 ‘나이가 너무 많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나이 앞에선 30년의 경력과 대학 졸업 후 딴 전기전자통신 기능사 자격증이 무색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결국 나이 제한이 없는 배달 플랫폼 라이더(배달원)로 일하고 있다.

금씨 같은 ‘60대 취준생’(취업 준비생)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5~79세 고령자 다섯 명 중 한 명(20.7%)은 지난 1년 동안 구직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10년 이상 일찍 퇴직하는데,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65세인 만큼 소득이 없는 시기를 대비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60대 구직자들 사이에선 “우리는 낀 세대”란 푸념이 나온다. 민간에서는 경력과 상관없이 40~50대의 더 젊은 구직자를 찾고, 정부·지자체가 복지 차원에서 내놓는 공공 일자리는 70~80대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60대 취준생들은 특히 경비원·주유원 등 장년층이 많이 구할 수 있었던 일자리를 알아보다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기 하남시 한 아파트는 최근 경비원을 구하며 ‘60세 미만 우대’라는 공고를 붙여놨다. 이 아파트 보안실장 최모(51)씨는 “예전 경비 직원이 일하다 야외에서 심근경색이 와 쓰러진 적이 있어서 젊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경비직 채용 정보를 모아둔 한 사이트에도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등록된 공고 10개 중 ‘나이 무관’이라고 표시된 공고는 2개뿐이었다. 광주 동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윤영수(59)씨는 “아르바이트 자리 한 명 공고를 내면 정년까지 교직에 있었던 사람, 대기업 사무직에 있던 사람 등 60대가 많이 찾아오지만 경력보다는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을 뽑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여성 고령자들이 주로 찾는 청소원이나 요즘 구직난을 겪는 식당 종업원 등도 마찬가지다. 구내식당 등에서 조리원으로 25년을 일해온 문숙일(60)씨는 2년 전 코로나 때문에 일을 관뒀다. 코로나가 끝나가자 지난 8월부터 재취업 시도를 하지만 아직 일자리를 못 구했다. “경력이 있어도 환갑이 넘으니 학교 급식실 같은 곳은 아예 지원 자체가 안 돼 갈 곳이 없다”는 그는 “한 요양 병원에서 면접 보러 오라길래 갔더니 ‘진짜 오실 줄 몰랐다’고 해 수치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나이 제한이 없는 배달 기사에 60대가 많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위탁 운영하는 노인 공공형 일자리에서도 60대는 70~80대와의 경쟁에서 밀린다. 공공형 일자리는 방역 도우미, 횡단보도 지킴이, 보육원 돌보미 등 ‘공공 근로’를 가리키는데, 월평균 30시간을 일하고 27만원을 받는다. 올해 8월까지 노인 67만9000여 명이 이 공공형 일자리에서 일했는데, 약 90%가 70대 이상이었다. 60대 비율은 2015년 15%에서 올해 1~8월 9%까지 떨어졌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공공 일자리 인기가 높은데 아무래도 기관 입장에선 복지 관점에서 조금이라도 더 어려운 분들을 정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60대 취준생’의 구직난이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가 현재 65세(1969년생 이후부터)에서 갈수록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데, 구직마저 어려워 60대에 소득 공백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정용선(60)씨 역시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3년을 더 기다려야 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지인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정씨는 “월급은 사라졌는데 돈 나갈 곳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라며 “경력 살릴 수 있는 직장까지는 못 구해 소일거리라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준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민간 일자리 시장에서 40~50대와 경쟁하는 현상은 예견된 지 오래지만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60대 규모가 갈수록 더 두꺼워지는 등 장년층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만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