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7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7일 오후 5시30분부터 임시 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녹지광장 모습. /뉴시스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들어설 서울 송현동 부지(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가 7일부터 개방된다. 서울시는 이 부지에 녹지 광장을 조성해 2025년 기증관 공사 전까지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1910년 일제강점기 이후 지난 110여 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이 땅은 녹지 광장으로 탈바꿈한다. 송현동 부지는 3만7117㎡ 크기로 서울광장의 세 배다. 여기에 잔디(1만㎡)를 깔고 코스모스, 백일홍, 애기해바라기 등 야생화를 심어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조성했다. 4m 높이의 담장도 1.2m로 낮춰 인근 율곡로 등에서도 녹지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송현동 부지에 가로막혔던 경복궁과 북촌은 녹지 광장의 보행로를 통해 연결된다.

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송현동 부지에 마련된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착수되기 전인 2024년 상반기까지송현동 부지 전체를 열린녹지광장으로 재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연합뉴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7일 오후 5시30분부터 임시 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뉴시스
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송현동 부지에 마련된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송현동 부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을 담고 있는 땅이다. 일제강점기에 식산은행 사택이 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 소유로 넘어가 미군과 미 대사관의 숙소로 쓰였다.

이후 수십 년간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방치돼 있었다. 1997년 삼성생명이 이 땅을 미국 측으로부터 사들여 미술관 등 문화 단지를 조성하려다 포기했고, 이후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매입해 한옥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좌초됐다.

7일 일제강점기 이후 110여 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되는 서울 송현동 부지의 모습. 2025년 ‘이건희 기증관’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2년간 녹지 광장으로 운영한다. 개방 하루 전 촬영한 사진이다. /이태경 기자

서울시는 작년 12월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3자 매매·교환 방식으로 이 땅을 사들였다.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이 땅을 매입한 뒤 서울시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교환하는 방식이었다.

녹지 광장은 이건희 기증관 공사 전인 2024년 12월까지 개방된다. 서울시는 2027년까지 이 부지에 기증관을 포함한 송현문화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