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정규직이 된 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 및 그 산하 공공기관 51곳의 비정규직 근로자 3명 중 1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집중 추진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90% 이상이 정규직이 됐다.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과 그 산하 공공기관 등 총 51곳으로부터 받은 ‘2017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후 퇴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한 6426명 중 2014명(31.3%)이 이미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한 사람 중 1171명(58.1%)은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체 등으로 이직하는 등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했고, 837명(41.6%)은 정년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문체부 산하 기관뿐만 아니라 전체 공공기관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기관별로 보면 세종학당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체육산업개발, 한국정책방송원, 해외문화홍보원,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의 퇴사율이 50%가 넘었다.

김 의원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사람 중 60%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한 이유에 대해 “처우 수준이 당초 기대보다 낮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청소, 경비 등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을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정부는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일반 정규직과 달리 승진, 임금 등 처우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정규직 숫자를 부풀리기 위해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공기관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소폭 올려주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후 공공기관들이 인건비 부담 등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임금 수준에 불만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다 민간 용역업체로 이직한 김모씨는 “공공기관이 일은 편하지만 민간 업체보다 수입이 적고 지켜야 할 규정도 많다”며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지 않아 퇴사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의 한 인사 담당자는 “민간 업계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보니 그쪽으로 옮겨가는 직원이 많다”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 수준으로 직원을 다시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담당자도 “퇴사한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여러 번 채용 공고를 냈지만 임금 수준이 낮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규직이 된 사람 중 정년퇴직 비율이 40%가 넘는 것은 정규직 전환 당시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정규직 전환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소, 경비 등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이 50대 이상 중장년인데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얼마 안돼 정년퇴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우려가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직군에 따라 정년을 60세 또는 65세로 정하고 있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이 됐다가 정년퇴직하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