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한 어린이집이 ‘흡연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 건너편의 LG광화문빌딩 앞 대로변. 지난 26일 오후 2시쯤 찾은 이곳엔 유니폼을 입은 보안요원 한 명이 거리를 지켜보며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을 제지하기 위해 서 있다”고 밝힌 그는 “한 명이 피우기 시작하면 곧 다섯 명이 되고 열 명이 되니 담배를 꺼내 드는 즉시 이동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이 ‘흡연자 퇴치 요원’은 지난 5월 LG 측이 고용했다고 한다. 이 건물 2층에 직원 자녀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창문을 통해 보도가 내려다보이는데, 아이들이 길가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을 보고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건물 앞 보도에 “어린이들이 창 밖을 보고 흡연 흉내를 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간판도 세워 놨다. 그런데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 간혹 담배를 피우고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고 한다.

하지만 흡연자들을 쫓아낼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시설로부터 반경 10m 이내는 금연구역이지만 이곳 어린이집은 해당 사항이 없다. 어린이집이 건물 2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데, 어린이집 시설이 2층 이상에 위치해 있을 경우에도 직선 거리로 10m를 계산한다’는 적용 지침이 있다. 지상으로부터 높이까지 포함해 10m인 셈이라, 이 어린이집 앞 보도는 금연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어린이집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선 대형 빌딩 앞 차로 변에서 흡연자들이 줄지어 담배를 피워 비흡연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각 구청 안팎에선 코로나 이후 감염 위험 때문에 건물마다 자체 흡연실을 폐쇄한 경우가 많은 데다, 금연구역 자체가 갈수록 늘어난 여파라고 보고 있다. 흡연자들은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보도 흡연을 한다”고 하소연한다. 지자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마냥 금연구역을 늘리자니 흡연자들이 더 퍼져나갈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