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A(68)씨는 올해 초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차선 변경을 하면 안 되는 실선이 그어진 구간에서 차선 변경을 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는 “통지서에 내가 차선을 위반하는 순간이 담긴 사진까지 있었다”면서 “위법은 맞지만 방향지시등도 켰고 옆 차선에 차도 없었는데 이런 상황까지 일일이 문제 삼는 게 정말 정의로운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타인의 교통 법규 위반을 경찰에 신고하는 이른바 ‘카파라치’ 신고가 올해 연간 300만건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파라치는 자동차(car·카)와 돈을 벌려고 유명 인사 사진을 몰래 찍는 파파라치(paparazzi)의 합성어다. 요즘은 보상금이 없는데도 최근 경찰에 접수된 교통 법규 위반 관련 공익 신고가 늘고 있다. 2018년 104만건에서 작년 290만건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1~8월 이미 210만건을 돌파해 300만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차량 블랙박스 도입이 보편화하면서 누구나 다른 운전자들의 행동을 증거로 남기기 쉬워졌고, 인터넷을 통한 신고도 쉬워진 여파라고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첨부하는 적극적인 신고자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경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공익을 위한 시민 신고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통 분야는 물론, 몰래카메라 설치나 이른바 갑질 논란이 불거진 분야 등에서도 민간인들이 “불법 행위”라며 신고를 하거나 직접 개입해 ‘사적 제재’를 하는 일이 생기고 있어 논란이다.

지난 6월 말 유튜브에는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던 ‘몰래카메라’ 범죄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채널이 등장했다. 이 유튜브 운영자는 유흥가, 놀이공원 등에서 행동이 수상한 사람을 뒤따라가 물증을 잡은 뒤, 자신이 직접 범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에 넘기는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유튜버에게 붙잡힌 사람이 “형님 한번만 봐주세요. 진짜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이 유튜버는 석 달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모았다.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갑질로 이슈가 된 사람을 찾아가 신상을 공개하는 영상도 있다.

또 수년 새 부쩍 늘어난 오토바이 배달원의 교통 법규 위반을 영상으로 찍은 뒤 경찰에 신고하는 유튜버도 최근 화제다. 보도 주행이나 신호 위반, 번호판 없이 다니는 운전자 등이 주요 타깃이다. 그는 영상에서 “오토바이 배달 신고만 1000건 했다”고 밝히면서 ‘신고 잘하는 법’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런 영상에 “무법천지 한국을 법과 질서 위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나라로 만들어주세요” “앞으로 이런 행동들이 유행처럼 번졌으면 좋겠다”는 등의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과잉 신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예컨대 교통 법규 위반 공익 신고를 처리하는 경찰관은 전국 463명이다. 작년 기준 경찰관 1명이 연간 6000건이 넘는 신고를 처리해야 해 막상 더 큰 사건을 다룰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 신고라고 들어오는 것들이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불법이 아닌 것들이 많다”고 했다. 또 민간인이 자기 판단으로 불법을 저지른 현행범이라고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경우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고, 영상을 찍었을 때 명예훼손 등 인권 침해 소지도 생긴다.

유튜브 등으로 돈을 벌려는 지나친 신고가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실제 한 유튜버는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탄 운전자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단속을 하지 않는다”며 “일 똑바로 하라”며 윽박지르고 민원을 넣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 공개 청구를 해서 원하는 대로 처분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소극 행정’이라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며 “경찰 인력이 닿을 수 없는 곳곳에서 위반 사실을 신고해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신고가 남용되는 경우 ‘감시 사회’가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