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서 고객들이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생활의 자유와 음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법이 제정될 경우 통화녹음 기능이 탑재된 국내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의 ‘음성권’ 보장에 초점을 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나 대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현행법 조항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자의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다른 한쪽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의 13개 주, 프랑스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폰은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폰에는 통화 녹음 기능이 탑재돼 있다.

갤럭시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삼성페이와 통화녹음 기능 때문에 갤럭시를 쓰는데 녹음이 안되면 절반의 이유가 사라지는 것” “국회에서 아이폰 쓰라고 권장하는 수준” “통화 녹음 하나 했다고 징역 10년은 과하다” 등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도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은 22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많은 분들이 국내 폰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녹음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건 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최 회장은 “개정안대로 한다면 상대방 동의 외에는 사실상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며 “범죄 피해자 등 경우에 따라서 (통화 녹음을) 민형사상 증거로 활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다 막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음성권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민사사례의 경우에는 음성권을 인격권의 한 부분으로 인정을 한 사례가 매우 제한적으로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음성권이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고 또 어디까지 제한돼야 되는 지에 대해서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라이버시나 사생활의 자유도 헌법상 보장받는 매우 강력한 최우선의 권리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표현의 자유나 아니면 공적 인물, 알 권리 등에 의해 제한되기도 한다”며 “어떤 권리도 100% 완벽하게 보호받는 권리는 없기 때문에 이런 적절한 제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