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61)씨가 본인이 기부하려는 돈을 모으는 황금색 돼지저금통을 들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강서구에 있는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에는 1~2년에 한 번씩 전자레인지 크기만 한 빨간색 혹은 황금색 돼지저금통을 현금으로 꽉 채워 가져 오는 후원자가 하나 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7차례에 걸쳐 약 6600만원을 기부한 박성일(61)씨다.

그는 10년 넘게 매일같이 현금이 생길 때마다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은다. 박씨는 계좌 이체나 수표 등이 아니라 저금통으로 현금 기부를 하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돈을 모은다고 하면 흔히들 돼지저금통부터 떠올리지 않느냐”며 “작은 돈이라도 매일 저축해서 기부한다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른 주먹 2~3개만 한 작은 돼지저금통으로 기부를 시작했지만, 기부액을 점차 늘리면서 지금은 가로 30cm, 세로 50cm, 높이 30cm짜리 대형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은다. 이 저금통을 지폐 위주로 가득 채우면 1000만원이 넘게 모인다고 한다. 작년 11월 기부한 저금통 안에는 1228만원이 있었다고 한다.

경북 안동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박씨는 그 당시에 으레 그러했듯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부족해 허리띠를 조여가며 살아야 했던 가정 형편에도 거의 매일같이 이웃을 돕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동네에서 부녀회 활동을 하며 몸이 불편한 지역 어르신들을 돕고 동네 청소를 하시는 등 다른 사람들을 살피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박씨 역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돕는 생활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서울 관악구에서 승강기 보수 등을 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저금통 기부뿐만 아니라, 다니는 교회를 통해 한 달에 한두 번씩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는 등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금보다는 카드를 사용하는 게 일반화되다 보니, 박씨도 돼지저금통을 채우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박씨는 “출근할 때 지갑에 있는 현금을 집어넣고, 돈이 생기면 은행에서 돈을 뽑아서 가져 온다”며 “의식적으로 저금통에 돈을 넣으려 하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록 저금통을 못 채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올 연말쯤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기부를 하는 ‘돼지 잡기’를 할 생각이다. 그는 “세상에 정말 많은 분들이 각자 사정에 맞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웃을 돕고 있을 것”이라며 “나보다 더 많이 기부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내가 특별히 선한 사람이라서 기부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