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동작구민체육센터 정문에는 ‘임시 휴관’이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 물품 상자 10여개가 놓여 있었고, 침수된 집에서 대피한 주민들은 담요를 깔고 누워 잠을 자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호 물품 상자 안에는 슬리퍼와 속옷 2장, 내의 1개, 오이 비누 등 생필품이 들어 있었다.

동작구 이재민 김영기씨가 반지하 집에 들어찬 물을 퍼내고 있다./김영기씨 제공

이날 센터에서 만난 이재민 김영기(50)씨는 아내와 밤새도록 반지하 집에 들어찬 물을 퍼내다가 새벽 4시쯤 기진맥진한 상태로 센터로 향했다고 했다. 김씨는 “6시쯤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8시쯤부터 엉덩이가 젖는 느낌이 들더니, 불과 40분 만에 물이 발목 넘어서까지 물이 찼다”며 “장판 밑에 스티로폼이 있는데 그게 전부 젖어, 악취가 심해 일주일 정도는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만 8일부터 지금까지 400mm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주택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각 구청들은 앞다퉈 도심 속 ‘이재민 대피소’를 꾸리고 있다. 특히 폭우 피해가 컸던 동작구와 서초구, 관악구 등에서는 동별 주민센터에 더해 지역 체육 시설과 학교 등도 동원해 대피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물난리를 피해 대피소로 들어간 주민들은 “밤새 빗물을 퍼내느라 고역이었는데, 아직도 집이 빗물에 잠겨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뒤늦게 동작구민체육센터를 찾은 중국인 부부 조계화(54)씨와 두영(51)씨는 8일 밤부터 지하 1층 집이 물에 잠겼으나, 갈 곳이 없어 이날 아침까지도 물을 퍼냈다고 했다. 조씨는 “한글을 잘 모르다 보니 구청에서 발송한 대피 문자를 받고도 대피소가 차려진 줄 몰랐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고서야 센터에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딤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데, 오후 10시쯤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더니 이미 집안은 물바다였다”며 “그래도 그때까진 수습이 가능하겠다 싶었는데, 금세 갈비뼈 높이까지 물이 차 새벽을 꼬박 새서 물을 다 퍼냈다”고 했다.

2022년 8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 체육관에 폭우 피해 이재민을 위한 구호텐트가 설치가 되어 있다. /김지호 기자

이날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에서는 대피한 이재민들이 점심 식사 용도로 김밥과 김치, 컵라면 등을 받고 있었다. 체육관 측은 “사정상 저녁에는 빵과 우유만 나눠줄 수 있다”고 했다. 체육관 안에서는 주민들이 기둥에 설치된 농구 골대 주변으로 담요를 펴고 누워 있거나, 체육관 로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재민 김모(60)씨는 “어제 오후 10시쯤부터 화장실과 부엌 싱크대에서 갑자기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신발도 못 신고 나왔다”며 “집에 들어찬 물도 못 빼고 나왔는데, 집안 살림을 전부 다 못 쓰게 될까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동작구에 따르면 동작구민체육센터에는 21명, 사당종합체육관에는 88명의 이재민이 머물렀다. 동작구는 주민센터와 체육관을 포함해 문창초등학교와 동작중학교 등을 임시 대피소로 활용 중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극동아파트 인근 축대가 무너지고, 도림천 범람 위험이 감지된 8일 오후 11시쯤부터 곧바로 주민센터와 협의해 임시 대피소를 차렸다”며 “비가 멈출 때까지 임시 대피소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관악구도 관내 주민센터를 임시 대피소로 활용 중이고, 서초구 역시 주민센터와 세화여고, 반포초 등 임시대피시설 65곳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