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이어 ‘경찰대 개혁’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행정안전부 업무 계획’을 보고한 자리에서 이 장관은 경찰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8월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경찰대는 고위 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野 "경찰 장악 말라"… 대통령실 인근서 회견 - 박홍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윤석열 정권 경찰 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정부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윤석열 정권은 경찰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경찰 장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도 이날 이 장관에게 “경찰 입직(入職) 경로에 따라 공정한 승진 인사와 보직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신설된 경찰국에서 인사와 경찰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도 “대통령은 인사 불공정을 해소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고위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경찰 13만2421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3249명으로 2.5%를 차지한다. 그런데 전체 총경 632명 중에서 381명(60.3%)이, 경무관의 경우 80명 중 59명(73.8%)이 경찰대 출신이다. 통상 경무관 이상을 ‘경찰 고위직 간부’라 부른다. 그런데 경무관 이상에서 일반 출신은 3명(순경 출신 2명·경장 특채 1명)으로 2.4% 정도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경무관 이상 고위직에 순경 출신을 20% 이상 발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행안부의 업무 보고에도 그 내용이 포함됐고 이는 윤 대통령 공약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찰국 반대’를 주장하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총경 모임’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아 ‘항명(抗命) 사태’를 일으킨 총경 상당수가 ‘경찰대 출신’이었다는 점이 정부의 ‘경찰대 개혁’ 기조를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총경 모임’을 제안하고 추진했던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경찰대 4기 졸업생이다. 또 류 총경과 함께 ‘총경 모임’에 참석했던 총경급 56명 가운데 40명이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140여 명 중에도 경찰대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총경 회의’에 참석한 총경 대부분이 경찰대 출신인 걸로 안다”고 했다.

경찰청의 ‘해산’ 지시에도 모임을 강행한 류 총경이 대기발령을 받자 경찰 내부의 ‘반발 여론’을 주도한 이들도 대부분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30일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열겠다고 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경찰대 14기 졸업생이다. 경찰 내부망에 “지난 토요일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56명 중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 “대의와 명분이 우리에게 있으니 우리가 이길 것을 믿읍시다, 믿고 함께 갑시다”라는 글을 올린 사람은 경찰대 7기 서울경찰청 소속 총경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장관도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들이더라”라며 “특정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찰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 소속 한 총경은 “이미 경찰국 신설에 관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황에서 경찰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당장 30일 회의가 ‘집단행동’으로 비치면 국민이 우려할 상황으로 변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주도했던 ‘총경 모임’에 대한 비판론도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말로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선 독립 외청이어야 한다는데 지난 정권에서 경찰이 진짜 정치적 중립이었느냐”며 “현 경찰 지휘부의 반발을 보면 국민 치안과는 동떨어진 정치권력 싸움으로 보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에는 십수 개의 댓글이 달렸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도 “그동안 현장 직원들의 처절한 외침은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자기들 지위가 무시될 듯하니까 들고 일어난다”는 글이 올라왔다.